윤곽 드러난 버냉키의 출구전략… “때 되면 유동성 회수로 정책 전환”

입력 2010-02-11 18:08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출구전략을 제때 시행할 준비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물론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화정책 기조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대략적인 출구전략의 윤곽을 제시했다.

버냉키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으며, 이날 예정됐던 청문회는 폭설로 취소됐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기가 확장적 통화정책의 지원을 계속 필요로 한다”면서 ‘상당기간 저금리 유지’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때가 되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충분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언급, 경제가 안정됐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출구전략을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출구전략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방향을 내놓았다. 그는 우선 금융위기 때 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들였던 국채 및 정부보증채를 은행에 되파는 방법으로 시장을 테스트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유동성을 일단 회수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의 가장 기준이 되는 연방기금금리 대신 시중은행들의 초과 지불준비금에 대한 금리를 새로운 통화정책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과 지불준비금에 대한 금리는 0.25%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상향 조정하면 은행들이 자금을 시중에 대출하지 않고 Fed에 계속 예치하게 할 수 있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조만간 재할인율과 연방기금금리에 다소 격차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재할인율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격차는 통상 1% 포인트를 유지해 왔으나 금융위기 이후 신용공급 확대를 위해 격차를 축소, 현재 재할인율은 0.5%로 연방기금금리와 0.25% 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버냉키 의장의 언급은 이 같은 방안을 단계적으로 또는 적절히 병행해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어 나가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이후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되면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연방기금금리 인상 등의 조치가 검토될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