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아직은…” 韓銀 12개월째 금리 동결
입력 2010-02-11 18:09
“대외 여건 불확실… 물가 상승압력 낮다” 판단
기준금리가 하반기에나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이 아직은 높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국내 경기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우려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여전히 한국 경제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한은은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상회함에 따라 제기된 물가상승 압력과 관련,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성태 총재는 “국제원자재 가격 움직임 등에 비춰 최소한 앞으로 몇 달 동안은 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중 유동성 수준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 증가율이 최근 3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점도 금리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 등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해외 불안요인이 증가한 데다 물가도 향후 몇 달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월은 물론 2분기에서도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분석이 늘고 있다.
3월 말로 이 총재의 임기가 만료되고 4월에는 심훈, 박봉흠 금통위원이 교체되는 등 금통위의 구도변화도 상반기 금리인상 불가론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아시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2%로 예상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 시기과 관련해 “통화정책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정부 생각과는 달리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