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상 과거사 언급 주목… “나라 뺏기고 자긍심 상처 잊지 않겠다”

입력 2010-02-11 20:33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은 11일 한·일 강제 병합과 관련, “한국인들이 나라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이 깊이 상처받은 일”이라고 규정했다.

오카다 외상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 측의 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100년을 응시하면서 미래 지향의 우호관계를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민주당 정부가 한·일 강제 병합 100년을 맞는 올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일단 오카다 외상의 발언은 과거사를 외면하지는 않겠다는 하토야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긍정적이란 시각이 있다. 특히 오카다 외상이 “하토야마 내각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가 태평양 전쟁과 전쟁 이전에 행한 침략 및 식민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의 뜻을 표명한 담화다.

하지만 강제 병합 100년을 맞은 시점에서 나온 일본 정부의 과거사 입장 표명으로는 미흡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 파문 등으로 대일 여론이 악화돼 있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보다 분명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카다 외상은 독도 등 현안을 묻는 질문에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슬쩍 넘어갔다.

오카다 외상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올해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양국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서로 잘 이해하고 있고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양국의 미래를 여는 데 정치 지도자들 일만 남았다”고 답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