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치닫는 ‘강도 논쟁’… 청와대 “박근혜 공개 사과” 초강수
입력 2010-02-11 18:23
“이번에는 바로잡겠다”
청와대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공개사과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대통령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게 주된 논리다.
박 전 대표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을 자제해오던 그동안의 관행에 비추면, 상당히 강도가 세다. 특히 청와대가 박 전 대표를 비판할수록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알력이 부각된다. “대통령의 경쟁상대는 없다”고 말해온 청와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번 ‘강도론’ 사건은 분명히 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강하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11일 브리핑에서 ‘박근혜 전 대표’라는 호칭이 아니라 ‘박근혜 의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감정싸움이 아니다”라며 “여당이 대통령의 권위를 지켜 주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는 바로 잡아두는 게 도리”라고도 했다. 내부 기류는 더 격앙돼 있다. 한 비서관은 “이번 건을 제대로 짚지 못하면, 바로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박 전 대표가 저렇게까지 얘기했는데 그대로 넘어가면 대통령 지시가 먹히겠느냐. 당장 정책추진도 힘이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정몽준 대표와 정병국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조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추가 대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친이계도 박 전 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정두언 의원은 “대통령한테 막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까 자신이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공격했다. 정 의원은 “지금 국민은 한나라당을 어른도 없고 예절도 없는 그런 ‘콩가루 집안’이라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강공 배경에는 교착상태에 빠진 세종시 국면을 타개해보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 현재 세종시 수정안 논의는 박 전 대표의 반대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박 전 대표에 대한 유화책 대신 압박 작전을 꺼내 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도론’ 사건의 발단 자체가 청와대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 진의를 잘못 이해해서 경솔하게 나온 게 이번 사건의 전모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에 대한 강공책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소수 의견도 있다. 친이계 핵심의원은 “당장 전면전이 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정도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남도영 노용택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