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석의 아웃도어] GPS도 모르는 길
입력 2010-02-11 17:20
아웃도어 활동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가장 난처한 것은 목적지를 잃어 헤매는 경우. 더 난해한 것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지 못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한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 해도 처음 가는 산은 반드시 지도와 나침반을 챙기는 게 기본이다.
근래에는 아웃도어 분야에도 전자장비가 많이 도입됐다. 고도와 기압을 측정할 수 있는 고도계 시계와 전자식 나침반, 그리고 위성위치확인 장치인 GPS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GPS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이것은 원래 미국 국방부에서 군사용도로 개발했으나, 20여년 전 민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이나 요트 항해를 위한 위성항법장치 등에 이용됐고, 손바닥만한 크기로 제작돼 등산이나 여행에도 사용되고 있다.
요즘 출시되는 GPS 제품들은 오차 범위가 5m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정확하다. 우리가 등산 때 애용하는 1:25000 지형도에서 1㎜는 실제 거리 25m. 그러므로 좌우 5m 편차란 제로에 가까운 것이다. 이 시스템을 채용한 휴대용 기기를 이용하면 거의 완벽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GPS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현 위치의 좌표, 이동궤적, 해발고도, 동서남북, 이동속도, 현재시각, 일출일몰시각 등 여러 가지다. 비닐을 씌워두어도 수신에 전혀 문제가 없어 비가 올 때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GPS 기기는 위가 막힌 건물에서는 수신이 되지 않는다. 또한 불투명체가 위를 막고 있으면 대개 수신되지 않거나 감도가 떨어진다. 그러므로 GPS를 사용할 때 주변에 사람이 둘러서서 함께 들여다보거나 하면 수신이 잘 되지 않는다.
GPS를 이용할 때는 사용법과 원리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지도의 위도와 경도를 표시하는 체계는 나라별로 다른데, 우리나라 지도는 일본 도쿄를 기준점으로 한 도쿄좌표체계를 쓰고 있다. 이 체계에 따라 지형도의 위·경도선이 그려져 있다. 미국 지도는 WGS 84라는 좌표체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대부분 GPS는 좌표체계를 필요에 따라 달리 설정해 쓸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GPS 이용 시 당연히 도쿄좌표체계로 변환시켜줘야 한다.
GPS는 분명 최신 장비이고 최첨단 장비임에 틀림없다. 간단한 조작으로 내 위치와 내가 가야 할 곳을 알려준다. 사고가 나도 정확한 위치를 알려줄 수 있어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이제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 보거나, 밤중에 산행하다 길을 잃어 바위 아래에서 쭈그리고 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산 아랫마을 가겟집에 들러 500원짜리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주인장에게 길을 묻고, 동네 사람들과 산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그립기는 할 것이다.
한형석 <아웃도어 플래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