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여 노숙인 길잡이 김도진 목사 “낮은 자 먹이라는 명령 지켜나갈 뿐…”
입력 2010-02-11 17:40
“지극히 낮은 자를 찾아 내 집에 유하게 하고 먹이면 돼. 내 가족으로 여기고 대신 죽기로 결단하면 돼. 그러면 다 깨지고 변하게 돼 있어.”
노숙인 선교와 같은 특수 선교를 하는 목회자들은 개인적 고뇌도 많을 것이다, 이런 기자의 선입견을 김도진(72·사진) 목사는 여지없이 깨트렸다. 일반적인 은퇴 연령을 진작 넘겼음에도 아직 강하다 못해 찌르는 듯한 눈빛으로 김 목사는 누차 강조했다. “고난이 어디 있어? 어려울 게 뭐 있어? 예수님 명령대로 하는 거야. 그러면 하나님이 다 해주시는 거야!”
김 목사는 스스로를 ‘범죄자’라고 칭했다. 폭력조직에 가담해 수없이 중범죄를 저지르고, 술과 환락에 빠진 채 마흔둘까지 살았다. 겨우 정신을 좀 차리고 건축 사업을 해 보려다 크게 사기를 당해 빚쟁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신앙을 가진 아내가 눈물로 기도했지만 거들떠도 안 봤던 그는 ‘거기는 빚쟁이가 못 찾는다’는 말에 기도원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기적처럼 예수님을 만났다.
강한 빛 속에서 예수의 형상을 보고 “아버지,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일평생 저 같은 실패자, 낙오자 위해 살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전기 스위치를 켜면 어둠이 물러가고 빛으로 꽉 채워지는 것처럼 0.5초 만에 42년간의 한이 싹 걷혔다고. 그 후로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성령이 이끄시는 대로 산거야.”
깡패 소굴 한 가운데, 윤락가 한 가운데 교회를 열어도 겁나지 않았다. 죽인다고 칼 들이대는 사람도 눈빛 하나로 제압했다. 김 목사는 “성령이 내 안에 계시기 때문에 악한 영이 떨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험하게 살아온 경력에 맞춤하게 쓰인 것도 사실이다.
1996년 갑작스레 노숙인 선교의 소명을 받았다. 한동안은 노숙인들과 함께 굶고, 수제비로 연명했다. 그래도 염려해본 일이 없다. “기도하면 지나던 사람이 쌀 들고 들어와요. 이게 어떻게 내 힘으로 한 일이겠어?” 그러다 보니 어느덧 끼니 걱정 안 하게 됐으니 감사할 뿐이라고 말한다. 노숙인을 변화시키려면 빚부터 해결해 줘야 하는데 어떤 이는 빚이 17억원에 달하더란다. “그걸 어떻게 갚아주나요?” 기자의 우문에 대한 현답은 이랬다. “하나님이 계시잖아.”
김 목사는 “나는 은퇴가 없다”고 단언한다. 성령이 이 자리를 지키라고 명령하셨다는 것. “한국의 2만 노숙인을 다 변화시킬 때까지, 세계 곳곳에 노숙인 쉼터를 세울 때까지, 아니 예수님 오실 때까지 그냥 계속 할 거야!”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