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진실은 상당부분 일치하지 않는다… ‘세계사 오류사전’

입력 2010-02-11 17:34


세계사 오류사전/조병일 이종완 남수진/연암서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진본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하지만 ‘모나리자’ 그림은 또 있다. 그것도 다 빈치가 그린 진짜 모나리자다.

‘아일와스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18세기 중엽 이탈리아에서 발견됐다. 둘 중에 어느 쪽이 진짜 모나리자인가 한다면 ‘아일와스의 모나리자’가 가깝다는 게 미술전문가의 중론이다. ‘아일와스의 모나리자’는 미완성본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화가 바사리는 ‘이탈리아 화가 열전’에서 “다 빈치는 4년을 이 그림에 전력했으나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속눈썹이 매우 정밀하고 농도 있게 묘사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루브르에 있는 그림은 완벽한 완성품인데다 속눈썹도 없다. ‘아일와스의 모나리자’에는 바사리가 표현한대로 속눈썹이 있다. 다 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릴 때 친구 라파엘로가 옆에서 스케치를 하고 있었는데 그 스케치에는 왼쪽 아래에 기둥이 있다. ‘아일와스의 모나리자’에도 기둥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와 역사적 진실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처럼 과거의 역사는 후대에 의해 왜곡되거나 확대 재생산된다. 조병일 이종완 남수진 세 저자는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던 역사의 오류를 파헤쳐 정리했다. 저자 스스로가 밝혔듯 이들이 직접 찾아낸 새로운 사실은 없다. 오류의 사냥꾼들은 시대를 관통해 항상 존재했다. 책은 그들이 발견한 것을 묶어 정리한 결과다.

위대한 인물을 넘어 성인으로까지 추앙받는 영웅들도 과대 포장된 경우가 많다. 비폭력 무저항의 상징인 간디는 젊은 시절 누구보다 힘의 논리를 앞세웠던 인물이었다. 때로는 폭력 사용을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간에 싸움이 한창일 때 공개적으로 이슬람교도에게 보복의 칼날을 세웠고 힌두교도의 죽음에 몇 배 이상으로 이슬람교도를 죽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 최하층 계급 인민에 대한 박해를 비난했지만 카스트 제도는 반대하지 않았다.

여성 학대를 개탄하면서도 성별 사회조직은 지지했다. 간디는 영국 현대 의학을 혐오해 아내가 폐렴에 걸렸을 때 영국인 의사가 페니실린 주사를 놓는 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자신이 학질을 앓자 영국인 의사에게 치료를 부탁하는 가하면 장염에 걸렸을 때는 영국인 의사에게 수술까지 받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노예 해방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사실 노예 해방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1858년 9월 일리노이 주에서 했던 연설에서 “나는 어떤 방법으로든 백인과 흑인이 정치 사회적으로 평등하게 되는 것을 찬성하지 않으며, 찬성했던 적도 없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머무르고 있는 한 그들이 우리처럼 살 수 없으므로 상층과 하층 계급은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고 말했다.

링컨의 궁극적인 목적은 연방제 유지였다. 링컨이 그릴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의 최대 목표는 연방을 구하는 데 있으며 노예제도를 유지하거나 없애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노예도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나폴레옹도 오류투성이다. 나폴레옹은 1812년 60만 대군을 이끌고 감행했던 러시아 원정에서 패배했다. 그는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 때문에 졌다고 주장했고 그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당시의 사료는 나폴레옹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준다. 당시 헬싱키 중앙기상연구소 기록에 따르면 10월 키예프의 평균 기온은 영상 10도, 11월 말에도 강이 얼지 않을 정도로 따뜻했다. 추위가 찾아온 건 이미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 군대가 퇴각할 때였다. 원정 패배는 잘못된 계획 때문이었지 추위가 아니었다. 나폴레옹이 키가 작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실제 그의 키는 169㎝였는데 이 정도면 당시 보통 프랑스인 수준이었다. 그가 작아 보인 것은 체격 좋은 황실 근위병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작은 사람으로 알려진 결정적 계기는 나폴레옹의 키로 기록된 5피트 2인치의 해석 차이 때문이었다. 기록은 프랑스 측량 단위로 했는데 해석을 미국식으로 한 탓이다. 미국 단위로 5피트 2인치는 158㎝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