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우리 옷 짓고 있는 이인영씨 “한복 주제로 뮤지컬 제작”
입력 2010-02-11 14:55
“옷에 대한 의미 풀어갈것”
서울 청담동 패션거리에서 4대째 우리 옷을 짓고 있는 이인영(58)씨. 이씨는 32년 동안 한복을 디자인해 왔고 ‘태왕사신기’ ‘장길산’ 등 드라마 사극 의상을 제작한 베테랑 한복장이다.
이런 이씨가 올해 8월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국내 최초 한복을 주제로 뮤지컬을 제작하는 것이다.
“생활과 점점 멀어져 가는 우리 옷을 어떻게 하면 다시 살려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10년 동안 해왔습니다. 관련된 문헌을 정리하면서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우리의 것을 알리는 방법에 대한 목마름이 늘 있었어요. 그러던 중 ‘미녀와 야수’ ‘오페라의 유령’ 등 외국 뮤지컬을 접하면서 무대 위 배우에게 한복을 입히는 상상을 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한복을 주제로 뮤지컬을 만든다고 말하면 다들 ‘패션쇼 아니냐’고 하는데 제가 만들 작품은 우리 삶의 일대기가 담겨있습니다.”
미리 공개한 ‘인생’이란 제목의 시놉시스는 모두 16장으로 이뤄져 있다. 남자 주인공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복을 입어야 하는 순간을 재구성했다. 돌잔치와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 등 대소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복을 통해 삶을 조명하자는 것이다.
이씨는 “우리 옷은 ‘예쁘다. 멋있다’ 차원이 아니라 옷을 입은 사람의 위치와 신분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특히 “뮤지컬을 통해 관객에게 한복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외국인에게는 한복의 멋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지난해 일본 ‘태왕사신기’ 관련 전시회에서 때와 장소에 따라 달리 입는 한복을 설명했더니 일본인들이 ‘옷이 의미를 담고 있냐’며 놀라워 하더라”고 전했다.
이 뮤지컬에는 머슴부터 양반까지 수백여 명의 인물이 500여벌의 한복을 입는다. 이를 위해 이씨는 요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다.
“태왕사신기 의상 작업을 시작했을 때 350벌을 일일이 손으로 만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강남 노른자 위 50평대 단독 주택을 팔아 보탰어요.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면 이번에도 무언가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엄마의 각오가 남다르자 디자인 공부를 하는 두 딸도 엄마의 프로젝트 지원 사격에 나섰다. 영국에서 잠시 한국에 들어온 둘째 안선영(29)씨는 호텔 체인 힐튼가의 패리스 힐튼이 방한했을 당시 전통 예복인 당의를 활용해 미니드레스를 제작했던 경험을 살려 뮤지컬에 현대 감각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녀는 설 준비를 한복 짓는 것으로 대신한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