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러 서울셀렉션 편집장 “대님 없는 개량한복 편해서 좋아요”
입력 2010-02-11 15:11
로버트 쾰러(35·미국) 서울셀렉션 편집장은 한복 예찬론자다. 그가 한복을 좋아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쾰러씨는 “한복, 편안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쾰러 편집장이 한복을 입게 된 것은 10여년 전. 1997년 한국 땅을 처음 밟고 경북 문경시 점촌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던 시절부터다. 동네 어르신들이 입고 다니는 한복에 주목한 그는 탐색 결과 개량한복의 세계를 알게 됐고 99년부터 한복을 거의 매일 입고 다닌다.
2000년 서울에 정착한 뒤 대학원에서 동북아 정세를 공부할 때도, 국내 한 일간지 영문판 번역을 담당할 때도 한복은 쾰러의 친구였다. 그는 2006년부터 영문으로 출간하는 여행·문화 월간지 서울셀렉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쾰러가 한복을 어떻게 입었나 살펴봤다. 그의 개량 한복엔 대님이 없었다. 상·하의 단추 몇 개 채우고, 허리끈 조여 매면 의상 착용 끝. 1분도 걸리지 않는단다. “사실 서양식 의복은 불편하지 않습니까? 중동 지역을 제외한 어느 나라를 가도 양복만 입는데요. 양복이 그렇게 편한 옷은 아니지요.”
문화평론가 이어령(76)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의 주장처럼 배가 부르면 허리끈을 풀고 쉴 수 있는 편안한 옷,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의복이 쾰러가 말하는 한복의 유용성이다. 동북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선택한 나라 한국. 어쩌면 전통의상까지 이처럼 편안할까. 그는 한국도 사랑하지만 한복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날씨가 추우면 두루마기도 걸친다. 그의 외투는 자켓 반, 두루마기 반이란다. 한복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 “글쎄요. 이유가 필요 있나요? 어느 나라 옷인지보다 제게 맞고 편안한 옷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복은 제게 가장 맞는 옷”이라고 답했다.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서울 거리. 쾰러는 서울에 관한 지식을 미국은 물론 영어권 국가에 널리 알리고픈 마음에 지난해 10월 말 460여쪽 분량의 외국인을 위한 영문 관광 안내서 ‘서울 셀렉션 가이드’를 펴냈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