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여성은 다홍치마·노랑저고리… 신분·계층 구분한 복색

입력 2010-02-11 15:04

소매 끝동 남색이면 ‘득남’ 표시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셔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돌쩌귀에 걸렸습니다.(중략)’

고(故) 미당 서정주의 시 ‘신부’(1975)에 등장하는 신부는 초록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고 있다. 다홍치마에 연두 저고리는 갓 결혼한 새색시들이 입는 옷이다. 결혼하지 않은 아가씨는 다홍치마에 노랑저고리를, 결혼한 여성은 남치마에 옥색저고리를 입었다. 저고리 소맷부리의 끝동이 남색이면 아들이 있다는 표시였고 자주색 고름을 달면 부부가 금슬 좋게 해로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허리에 요란한 수를 놓고 화려하게 입은 옷은 기생을 뜻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의류학과 김월계 교수는 “한국복식은 색상과 문양, 입는 방식에 따라 옷을 입은 사람의 위치나 신분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특히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조선시대는 복식의 계층분화가 활발했다. 계급에 따라 왕복, 백관복, 서리복과 상층계급의 부녀들이 입는 명부복으로 나뉘었다. 서민층은 상고시대부터 내려온 고유 복식인 바지(또는 치마)에 저고리를 입었다.

저고리의 세세한 디자인 차이, 치마 여밈으로 당파를 나타내기도 했다. 노론의 깃은 당코(저고리 깃의 뾰족하게 내민 끝)를 약간 깊게 만들고 깃머리도 둥글게 만들었으나 소론은 당코를 파지 않고 깃머리도 모나게 만들었다. 고름 달린 모습도 달랐다. 노론은 깃과 섶(저고리나 두루마기를 여밀 때 겹쳐지는 부분)의 경계면에 고름의 중간부분을 대어 달았다. 반면 소론은 섶에 걸치지 않고 깃의 아래 부분에만 달았다. 색상도 노론은 주로 남색을, 소론은 옥색을 사용했다.

치마 여미는 방향도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달랐다. 남인은 오른쪽으로 서인 중 노론가는 왼쪽, 소론가는 오른쪽으로 여며 입었다.

개화기 이후 재봉틀이 보급되면서 오늘날 한복은 왼쪽으로 여며 입었다. 봉제가 용이한 주름 방향이 왼쪽이기 때문이다.

한복은 문양과 장신구 하나하나에도 복을 기리는 의미를 새겼다. 남자아이들에겐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자라라는 의미에서 호건을 씌웠고 여자아이들 옷에는 꽃수를 놓아 고운 복을 듬뿍 받고 자라길 기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