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바꾼 은행 판도… 우리 선두, KB 뒷걸음
입력 2010-02-10 21:31
글로벌 금융위기가 금융업계의 시장 판도를 바꿔놨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 및 가계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린 우리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선 뒤 다시 1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반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KB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71.2% 줄어든 53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체면을 크게 구겼다.
우리금융지주는 10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317조9000억원으로 KB금융지주(316조원)와 신한금융지주(303조9000억원)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715억원(26%) 늘어난 1조260억원을 실현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순이익 규모면에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개선되면서 경쟁사보다 월등한 실적을 거뒀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8%로 신한(6.8%)과 KB(3.2%)보다 크게 앞섰다.
다만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총자산이익률(ROA)에서는 0.4%를 기록, KB(0.2%)보다 앞섰지만 신한(0.5%)에는 뒤졌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2009년 실적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수준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이를 시장에 보여줬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대출채권의 손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여윳돈) 적립 비율의 차이가 금융지주사 간 명암을 가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실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에 소극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금호그룹 관련 대출 가운데 고정 이하로 분류된 여신의 49%를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했고, KB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금호그룹 관련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전분기보다 34.7%, 1917억원 늘렸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충분한 담보가 있는데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여신의 특성이나 실질담보가치에 따라 은행 감독기준에 맞게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황영기 전 회장의 경질, 강정원 국민은행장 회장 내정자 사퇴 파문, 사외이사 논란 등 풍파가 끊이지 않았던 KB금융지주는 실적도 기대 수준 이하였다. 당기순이익은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고, 총자산 규모에서도 2인자로 밀려났다.
특히 4분기 순이익은 178억원에 불과해 전분기 대비 92.3%나 급감했다.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358억원을 기록, 전년의 8750억원 대비 57.9% 감소했다.
한편 KB금융지주는 이날 보통주 한 주당 23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은 총 789억원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