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재 대사·中企 1대 1 상담 분위기는 뜨거웠다

입력 2010-02-10 21:31


“저희가 피땀 흘려 만든 지폐 감식기입니다. 중국에서 신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을까요?”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재외공관장과 경제인의 만남’ 행사장. 각국에 나가 있는 대사들과 기업 대표들이 만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자리였다.

한 중소기업 대표와 직원들이 회사 신제품을 들고 중국 부스를 찾았다. 은행 딜러가 지폐를 셀 때 쓰는 기계처럼 보였다. 직원들이 1만원권과 5000원권 등을 넣어 시연했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기계가 돌아가더니 ‘OK’ 사인이 떨어졌다. 위조된 지폐가 아니란 뜻이다. 류우익 주중 대사는 제품에 대해 꼼꼼히 물은 뒤 현지 투자박람회 참여를 권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회사 직원들은 “이제 희망이 보인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행사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대기업(81개)뿐 아니라 네트워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159개), 공기업 등 총 249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진출 희망 국가에 주재하는 우리나라 대사를 만나 애로사항을 말하고 현지 정보를 구하는 한편 현지 기업과의 거래, 유명 바이어 소개 등을 논의했다. 기업들이 상담을 원하는 내용은 거래알선 및 수주지원이 45.1%(144건)로 가장 많았고 정보제공 요청(37.0%), 사업설명 및 홍보(14.1%), 기업애로 해소(3.8%) 등이 뒤를 이었다.

오전부터 모인 기업인들은 10대 수험생처럼 초조한 모습이었다. 현지 최신 정보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과연 외국에 나가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중소 숙박업체인 HVS코리아 김만재 대표는 “라오스에서 지난해 마련한 외국인 투자자 관련 법안이 아직 계류 중인데 대사가 현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 사업에 대한 효과 등을 자세히 설명해줘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국가는 카자흐스탄이었다. 총 105개국 주재 대사들이 평균 10개 정도의 상담을 받았지만 카자흐스탄 이병화 대사는 건설업체 상담 등 35건을 처리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기업들의 질문에도 이 대사는 신이 난 얼굴이었다. 제약업계 중 매출 상위권에 드는 회사의 고위 간부 J씨는 현지의 한국기업 인지도부터 제약회사 매출 순위, 치안 등에 대해 물었다. 이 대사는 “최근 한국인의 인구가 다시 늘어나고 한류, 가전제품 등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 승산이 있다”고 답했다. 또 3월 방문을 앞둔 J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며 현지 복지부 국장급 인사와의 미팅을 약속했다. J씨는 “오길 잘했다”고 거듭 말했다.

상담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참여한 기업인 중 90.9%는 “매우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각국 대사들은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력도 좋지만 현지 사정 등에 대해 정보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