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번엔 항공기 좌석 성능 조작… 고이토 공업, 안전검사 결과 허위 작성후 납품

입력 2010-02-10 18:44

불시착 등 비상시 고객 생명 좌우해 파장 클 듯

일본 자동차 업계가 ‘리콜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항공기 좌석 제조업체가 안전 검사 결과를 허위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안전성에 이어 도덕성마저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일본 최대의 여객기 좌석 제조업체인 고이토(小絲) 공업이 전 세계 32개 항공사에 공급한 15만개 좌석의 강도와 내화 성능 안전도 검사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항공기의 불시착 등 비상시 고객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좌석의 안전도를 조작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도요타자동차가 고이토 공업의 모회사인 고이토 제작소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WSJ는 이번 사건을 일본의 ‘멍든 눈(black eye)’이라고 표현했다.

고이토 공업은 보잉과 에어버스 등에 좌석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품에 대한 안전검사를 생략하거나 이전 검사에서 도출된 수치를 재활용하는 수법을 써온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경영진도 이 같은 조작 행위가 부서 전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고이토 공업의 조작 행위가 1990년대 중반부터 진행돼 왔다고 발표했다.

고이토공업 측은 “안전도 검사에서 떨어지면 제품 인도가 지연될 것을 우려해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현재 고이토공업의 좌석은 1000대의 보잉 및 에어버스 항공기에 장착돼 있으며, 일본의 양대 항공사인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 보유 여객기 300대 이상에도 장착됐다. 또 에어캐나다와 네덜란드의 KLM, 스칸디나비아 항공, 싱가포르 항공도 이 회사 좌석을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이토 공업은 전 세계 항공기 좌석의 4%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자동차의 리콜 파문이 도요타 자동차에 이어 혼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 2위인 혼다는 전 세계에서 판매된 43만7000대에 대해 에어백 결함에 따른 추가 리콜을 실시한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운전석 측면 에어백 인플레이터의 압력이 너무 높아 인플레이터 용기가 터질 가능성이 있어 이를 교체하는 리콜이다. 이번 리콜 대상은 2001∼2002년에 제작된 어코드, 시빅, 오디세이, CR-V 등과 2002년 생산된 일부 어큐라 TL이다.

혼다는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창문으로 물이 새들어가 파워윈도 장치가 과열되는 결함 때문에 피트차량 64만6000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불과 10여일만의 추가 리콜인 셈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