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인규 사장 강연 ‘한국의 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0-02-10 18:44
“조직 유연화… 기자·PD 벽 허물겠다”
김인규(60) KBS 사장이 PD와 기자의 직군을 통합하고, 신입사원 채용 때 언론학 시험을 추가하는 내용의 인력 운영 구상안을 밝혔다.
1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광화문문화포럼(회장 남시욱) 아침공론마당에 초청된 김 사장은 ‘한국의 방송,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PD와 기자의 직군 통합 외에도 KBS 2TV의 공영성 강화 방안, 올림픽 중계권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김 사장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기자와 PD를 한 직군으로 통합해 선발하고, 보도본부와 TV제작본부 등으로 이원화된 조직구조도 유연화하는 등 기자와 PD의 칸막이를 허물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 PD가 분리돼 이원적 제작시스템이 굳어진 한국의 방송 저널리즘은 외발자전거와 같다”면서 “두 직군을 통합해 장점만 살리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만 유일한 ‘PD 저널리즘’이 생겨난 것은 1970∼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정부가 언론통제를 목적으로 프레스카드를 발급해 기자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에 기자 수가 적었다. 이때 방송사들이 ‘추적60분’과 ‘PD수첩’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취재 인력이 부족하자 기자 대신 PD를 충원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2001년 9·11테러 보도를 사례로 들며 PD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방송 보도에 있어서는 기자보다 PD가 상위개념이다. 2001년 9·11사태 때 유독 한국의 뉴스 프로그램에서만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부딪치는 폭력적인 장면이 되풀이 해 전파를 탄 것도 보도프로그램에 전체를 총괄하는 PD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그는 KBS 2TV의 문제를 거론하며 2TV의 공영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TV가 주말만 되면 연예인이 나와서 문제다. ‘다큐3일’과 같은 좋은 프로그램을 황금 시간대에 집어넣었다. 광고 담당자가 300억원 정도 손해 본다고 말렸는데 내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KBS가 광고 수입을 벗어나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SBS가 동계 올림픽을 단독 중계한 사태에 대해서는“일본만 해도 국제스포츠 중계권을 얻으면 공영방송인 NHK에 절반을 주고 나머지 절반을 민영방송이 나눠 갖는 것이 불문율”이라면서 “한국은 공영방송이 많아 그런 지원이 안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