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미래권력… 결국 돌아올 수 없는 江 건너나

입력 2010-02-11 01:01

박근혜 거침없는 하이킥에 여권 발칵

MB-朴 전대표 ‘불신의 골’ 그대로 드러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10일 ‘강도’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 주류에 대한 오랜 불신과 배신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사실 친박계는 그동안 공개적 발언을 자제해왔을 뿐 “등 뒤에서 칼을 맞았다”거나 “손님한테 집을 빼앗긴 꼴”이라며 이 대통령과 친이계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가져왔다. 박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을지 모르나 박 전 대표의 마음만큼은 ‘강도’ 발언이 담고 있는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친박계 의원들의 공통적 해석이다.

박 전 대표가 발언의 파장을 예상했을 텐데도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이미 이번 일이 생기기 전부터 이 대통령과는 화해나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친박계 의원은 “세종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친이 직계 의원들을 앞세워 박 전 대표에게 먼저 칼을 들이대지 않았느냐”며 “더 이상 그쪽과 신사협정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나 친이계도 격앙된 반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이전까지는 박 전 대표에 관한 한 절제된 대응을 해왔던 청와대도 앞으로는 할 말은 하겠다는 태세다. 여당에 몸담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표현이 대통령에게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이며, 금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한 친이계 의원은 “국정 운영을 도와주지 않는 것에 더해 본격적으로 훼방놓겠다는 심보 아니냐”며 “박 전 대표가 발언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규 의원을 비롯한 친이계 초선의원 10여명은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세종시 수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관철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선 “친박 측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등의 강경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보고, 극단적 상황이 오더라도 제대로 맞붙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재외 공관장 청와대 초청 만찬에서 “어느 시대든 크고 작은 장애가 있을 수 있지만 장애를 핑계삼아 일을 하지 않으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된 본인 심경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이번 사태가 오해에서 벌어진 단순 ‘해프닝’이란 관측도 있다. 전날 이 대통령의 충북 발언 때 옆에 있었던 친박계 송광호 최고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밀겠다’ ‘강도가 오면 싸움을 멈춰야 한다’는 이 대통령 발언은 박 전 대표와 아무 상관없는 말이었다”면서 “문제가 없는 발언이어서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송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취재진에게 발언한 직후 본회의장으로 찾아가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게 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며 “그랬더니 박 전 대표가 ‘아 그래요?’라고 반응하더라”라고 소개했다. 박 전 대표가 한 언론이 이 대통령 발언을 과장 해석, 보도한 것을 그대로 믿고 과잉 대응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후에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오전 ‘강도’ 발언은 이 대통령이 전날 먼저 비유한 상황을 갖고 그 범주 내에서 새로 표현했을 뿐, 대통령을 지칭한 게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선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친박계 일각에서는 이번 일이 해프닝으로 판명날 경우 역풍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남도영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