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산파역… 서울대 조동성 교수 “진정한 나눔은 상호 수혜”

입력 2010-02-10 18:28


“나눔은 정서적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나눔 정신을 자연의 법칙이며 인류가 따라야 할 새로운 세계관이라고 생각합니다.”

10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 경영대학 연구실에서 ‘나눔’을 만든 조동성(사진)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나눔’이 봉사활동 모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자기 만족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바람직한 세계화와 상생을 연구하는 모임”이라고 말했다.

‘나눔’은 지난해 8월 언어학과 이호영 김주원 교수와 조 교수의 의기투합으로 발족됐다. 동남아 지역에서 언어 연구를 하던 이 교수는 소멸 위기에 처한 소수 민족의 문화유산 보존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진정한 나눔은 상호 수혜’라는 이 교수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 조 교수는 봉사활동을 하는 서울대 교수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차례 각자의 봉사·연구 활동을 발표, 토론하며 세계화를 고민했다.

조 교수는 그렇게 만들어진 모임의 원칙을 4W라고 표현했다. World(세계) Water(물) Weather(날씨) Wisdom(지혜). 전 세계의 기후와 물 문제를 토착 지혜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나눔의 봉사활동은 빈곤국에 일방적으로 원조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의 전공 지식으로 사라져가는 토착 지혜를 일깨우고, 이를 세계에 다시 퍼뜨리자는 목표의 봉사활동인 것이다.

조 교수는 지난해 12월부터는 ‘나눔’을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와 연결시켰다. 160여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이 협회는 ‘바람직한 세계화 운동’을 하고 있다. 이제는 상아탑을 뛰어넘어 학교와 기업이 나눔을 토론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세운다.

‘나눔’은 해외 봉사활동에만 주력하지 않는다. 조 교수는 “학생들과 교직원도 ‘나눔’의 일원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 봉사단 ‘프로네시스 나눔실천단’ ‘서울대 해비타트’ 대표 학생들도 모임에 참석, 경험을 이야기한다. 나눔을 통해 얻는 것이 더욱 크다는 것은 이들의 공통적인 깨달음이다.

서울대 ‘나눔’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서울대 학부에 ‘나눔문화’라는 과목 개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전공을 살린 봉사활동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조 교수는 “공대 학생들은 건물을 지어주고, 경영대 학생들은 노점상에 경영 전략을 알려주는 워크숍 형태의 수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눔의 꿈은 계속 익어간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