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진 불감증 더이상 안 된다

입력 2010-02-10 18:16

한반도도 점점 지진의 안전지대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제 오후 경기도 시흥시 일대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3.0의 지진은 짧았지만 수도권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곳곳에서 의자와 책상, 건물이 흔들리는 진동이 감지됐고 진앙지와 가까운 시흥시에선 ‘우르르 쿵쿵’하는 굉음까지 들렸다. 인근 경기 남부는 물론 서울 전역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국민들은 아이티 지진 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번 지진은 지진 계기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진 중 최대 규모였다. 세진 강도 못지않게 걱정되는 것은 발생 횟수의 증가다. 한반도에선 지난해 60회의 지진이 발생,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리히터 규모 3.0이상만 8회에 달했다.

대다수 국민은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믿고 있다. 한반도가 유라시아판에 속해 있어 거대 지각판들이 만나는 일본 동남아 중국 등 지진다발 국가들보다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 때문이었다. 또 실제 지진을 몸으로 느낄 만한 기회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한반도도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새삼 일깨워줬다.

오랜 지진 불감증 탓에 국가적 대비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건축법상 내진설계 규정은 1988년에야 도입됐다.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일반 건물 62만8325채 가운데 9.85%인 6만1919채만 내진 설계가 돼있다. 건물 10채 중 약 9채가 지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일부 신도시를 제외한 다른 도시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 추이로 볼 때 앞으로 우리나라에 더욱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데도 수도권에선 지진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한 활성단층 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다. 하루빨리 관련 조사를 서두르고 신축 건물의 내진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다각도로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