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이번에는 ‘강도’ 논란인가

입력 2010-02-10 18:16

세종시 문제를 놓고 대치 중인 여권의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이번에는 ‘강도론’ 등을 놓고 맞붙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충청북도를 방문해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친”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지원하고 싶다.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계산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아니라고 일축하기도 쉽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박 전 대표는 어제 작심한 듯 “그런데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떡하느냐” “일 잘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누가 집안에 강도를 들였는지는 자명한 얘기”라며 이 대통령을 공격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강도론’은 세계경제 위기가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쟁을 벌여선 안 된다는 뜻이고, ‘일 잘하는 사람을 밀겠다’는 것은 여야를 초월해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결국 ‘강도’란 표현을 한 쪽에서는 ‘경제위기’로, 다른 쪽에서는 ‘세종시 논란’으로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해 한쪽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다른 쪽에서는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해석하는 상황이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여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발언을 박 전 대표가 정면으로 반박함으로써 이제 두 사람 간 화합은 불가능해졌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여권은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의 집안싸움이나 하라고 국민들이 정권을 맡긴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종시 논란이 벌써 6개월째다. 언제까지 소모전을 이어갈 작정인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세종시 논란을 조속히 그리고 원만히 매듭짓는 일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양측은 상대를 자극할 만한 언행을 자제하고, 내부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