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벌 긴 한국… 허정무號, 동아시아축구 3대0 치욕적 패배

입력 2010-02-10 21:55

한국축구는 1978년 12월 17일 태국 아시안게임에서 차범근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이긴 뒤 지금까지 중국에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27전 16승11무. 언제나 한국은 중국만 만나면 절대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반면 중국은 플레이가 움츠러들며 ‘공한증(恐韓症)’에 떨어야만 했다.

그러나 32년이 흐른 2010년 2월 10일.

스물여덟 번째 경기에서 한국은 모든 면에서 중국에 뒤지며 처음으로 지는 수모를 당했다. 32년 만의 치욕적인 패배 그 자체였다.

그것도 남아공 월드컵을 4개월 여 앞두고 담금질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중국에 완패한 것은 충격 이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의 정확한 패스에 이은 한 박자 빠른 공격에 농락당하며 공·수에서 완벽하게 밀린 경기였다. 20여 차례 소나기 슛을 날렸으나 골로 연결된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이날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풀리그 2차전에서 시종 무기력한 경기 끝에 중국에 0대3로 대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1패(승점 3)를 기록해 대회 2연패가 어렵게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키워낸 ‘베이징 세대’를 앞세운 중국은 1승1무(승점 4)로 선두에 나서며 첫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은 투톱에 이동국(전북)과 이근호(이와타), 미드필드에 오장은(울산) 구자철(제주) 김정우(광주 상무) 김두현(수원), 수비라인에 이정수(가시마) 조용형(제주) 곽태휘(교코) 오범석(울산)이 포진하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한국은 전반 4분 오른쪽 측면이 뚫리면서 위하오에 헤딩 점프슛으로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 한국은 중국의 빠르고 정확한 패스에 일거에 무너졌고, 수비수들은 우왕좌왕하며 흔들렸다. 한국이 남아공과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에서 그토록 훈련했던 배후 침투 패스는 오히려 중국 쪽에서 많이 나왔다.

한국 공격은 중국의 지역방어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동국과 이근호 등 공격수들은 평균 신장 180㎝대에 달하는 중국의 포백 수비를 뚫지 못했고 미드필드 진은 느린 패스로 번번이 상대에 끊기기 일쑤였다.

전반 27분에는 중앙수비수 곽태휘의 어이없는 실수로 두 번째 골을 허용했다. 골문 중앙에서 곽태휘가 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중국 가오린에게 연결돼 골로 이어진 것.

후반 이근호 대신 이승렬(FC서울)을 투입한 한국은 후반 14분에는 덩 주오샹의 현란한 드리블에 수비수 3명이 농락당하면서 세 번째 골을 허용하며 완패했다. 한국은 14일 오후 7시15분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최종전을 치른다.

여자 대표팀도 후반 연속골을 내주며 중국에 1대2로 패해 1승1패(승점 3)를 기록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