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쩌나” MB 맹공… 靑 “금도 넘었다” 반박

입력 2010-02-10 21:49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이명박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청와대가 다시 “박 전 대표의 발언이 금도를 넘었다”며 강하게 반박해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20분쯤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의 ‘강도론’에 대해 “백 번, 천 번 맞는 얘기”라며 “그런데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말을 하는 박 전 대표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 대통령은 전날 충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마음이 변해 강도로 돌변한 집안 사람’이 이 대통령을 지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전 대표는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일 잘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처음에는 ‘진화’에 주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뭔가 큰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일 잘하는 사람을 밀겠다’는 것은 여야를 떠나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며, ‘강도론’ 역시 세계 경제위기 상황을 빗댄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후 들면서 청와대의 기류가 바뀌었다. 청와대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박형준 정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 이 수석은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다.

이 수석은 “최소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해야 한다”며 “가공의 사실을 끌어다가 대단한 결기를 보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얘기인가’라는 질문에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다음 나온 친박계 의원들의 발언이 그렇다는 얘기”라고 말했으나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이 수석은 “이 대통령은 관련한 보고를 받고 허허 웃으셨다”면서 “대통령은 대선 경선 때도 수많은 음해와 공격을 받고도 한번도 반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강도론은 지금까지 10번도 더 한 얘기이고, 일 잘하는 사람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도 지역에 갈 때마다 하는 말씀”이라며 “이 대통령은 누구와 경쟁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도영 손병호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