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CEO 리더십-(1) 호암 이병철과 삼성그룹] 이사오 ‘내가 본 호암의 인재경영’

입력 2010-02-10 18:05


‘사업보국’과 함께 이병철 회장의 경영 이념에는 ‘합리추구’와 ‘인재제일’이 있다.

삼성의 역사를 보면 창업 초기에는 가족과 친척, 창업 동지가 중심이 된 경영, 즉 창업자와 일체화된 경영이 추진됐다. 그런데 기업 경영의 규모가 확대·복잡해짐에 따라 경영능력 중심의 인사 배치 비중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1957년에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 제도가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실시됐다.

이 회장이 우수한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욕심을 내면서까지 인재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은 인재를 가장 중시하는 삼성의 문화로 현재까지도 뿌리 깊게 정착돼 있다.

‘닛케이 비즈니스’(1983년 11월 21일자)에서 이 회장은 “70세를 훨씬 넘긴 지금도 두 가지 중요한 일만은 놓지 않고 있다. 하나가 삼성그룹의 중요한 정책 결정이고, 또 하나는 입사시험 면접이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혈연, 지연, 학연에 관계없이 숨어 있는 인재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타계 4∼5년 전까지도 신입사원 면접에는 반드시 관여했다고 한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인재는 쉽게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교육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교육 대상인 종업원 당사자에게도 스스로 주체적으로 공부를 계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신입사원뿐 아니라 최고경영자도 예외가 아니다.

1970년대 말 사업 규모가 팽창하고 삼성그룹 종업원 수가 수만명에 이르자 사업장 교육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전문적인 연수시설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1978년 동방생명 용인연수소가 설립돼 삼성의 독자적 기업교육 체계가 마련됐다.

1980년대 삼성이 더욱 성장함에 따라 연수 수요가 급증했고 1982년 삼성종합연수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삼성사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은 종합적인 인재경영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이 회장의 이념적 기반을 구성한 것은 유교적 가치관이며 도덕관이었다. ‘논어’를 애독서로 삼았던 것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학문으로서의 ‘논어’에 집착한 것이 아니라 기업가로 살아가면서 그 가치관을 실천했다.

사업 활동을 통해 강력한 국가 건설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업보국’의 이념을 갖고 국가와 나, 기업을 불문하고 이를 발전시키고 견인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인재제일’이라는 이념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야나기마치 이사오 (일본 게이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