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국 돕고 연구 성과 얻고… ‘윈윈 나눔’
입력 2010-02-10 21:49
해외봉사 서울대 교수 12명 모임 ‘나눔’
나누면 배가 된다. 서울대 교수모임 ‘나눔’이 실천하는 진리다. 각자의 전공 지식으로 전 세계 빈곤국을 도와 온 서울대 교수 12명이 한데 뭉쳤다. 봉사활동이 새로운 연구 성과가 돼 2배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경험은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나눔’은 10일 오후 5시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 인류학과 전경수 교수, 언어학과 이호영·김주원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빈곤 국가의 소수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토착 지혜’를 기후변화에 대응할 토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이 말하는 나눔은 서로 혜택을 받는 ‘윈윈(Win-Win)’ 방식이다. 교육학과 김기석 교수가 아프리카 빈곤국 부르키나파소에서 베푼 교육자문 활동은 문맹연구의 디딤돌이 됐다. 의대 안규리 교수는 몽골에 의료캠프를 차려 무료진료 활동을 하면서 외국인의 질병 데이터를 얻었다. 전경수 교수는 소멸위기에 놓인 동남아시아 지역 민족의 토착문화 채록 작업을 도우면서 소수민족 연구에 도움을 받았다.
세미나에서 세계 물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방안을 발표한 한무영 교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물 부족국가에 빗물활용 기술을 전수해 줬다. 봉사활동은 한 교수의 연구 폭을 넓혔다.
현지에서 계속 부딪힌 시행착오는 한 교수를 세계가 인정하는 빗물연구 권위자로 만들었다.
한 교수와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이뤄진 봉사활동단 ‘비활(빗물 활용)’은 2007년부터 4년째 해외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처음 2년은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지역에 빗물활용 시설을 설치하는 등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활동했다.
지난해부터는 베트남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6∼26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쿠게, 라이샤 마을에 다녀왔다. 집집마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탱크에 보관해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게 했다. 지난해 설치한 시설이 깨끗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수질검사도 했다. 한 교수가 고안한 침전조와 부피가 작은 접이식 빗물저장 튜브도 새로 설치했다.
한 교수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봉사활동을 끝내지 않았다. 현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해 설치한 시설을 더 이상 쓰지 않는 현지인에게는 문제점을 듣고 개보수 계획을 세웠다. 바람에 파손되지 않는 빗물저장 튜브 아이디어를 낸 현지인도 있었다. 나눔이란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우는 과정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