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마을 화장률 100% 장묘문화 선도하는 남해군

입력 2010-02-10 17:46

‘화장률 100%인 마을이 있다니….’

장묘 문화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경남 남해군을 보고 하나같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남해군에는 화장률 100%를 기록하는 마을이 화전, 동갈화, 서갈화 등 3곳이나 있다. 연화 차씨 집성촌으로 281가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모두 화장했다. 남해군 전체 화장률도 전국 농어촌 지역 중 가장 높은 68%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장묘문화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타 지자체 공무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군의 화장률은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는 9%에 불과했다. 무엇이 군민들의 인식을 바꾸게 했을까. 새로운 제도를 고안하고 10년 넘게 문중을 발로 뛰어 찾아다니며 끈질기게 새로운 장묘 문화를 설득해온 덕분이다.

남해군은 1997년부터 총사업비 48억3900만원을 들여 옥외 벽체식 납골묘와 납골평장묘역, 화장장, 장례식장 등 모든 장례를 한곳에서 치를 수 있는 원스톱 장사시스템인 ‘남해추모누리’를 만들었다. 화장장려금 지급제도도 정착시켰다. 처음에는 장려금으로 42만원을 지급했으나 현재 15만원을 주고 있다.

군은 2004년 화장과 매장을 결합한 새로운 납골평장묘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화장을 하되 납골당이 아니라 봉분 없는 묘를 조성하는 것이다. 군은 지금까지 기존 분묘 1만5000여기나 개장, 평장묘로 전환시켰다. 25만5000여㎡의 묘지를 산·농지 등 자연상태 토지로 환원시킨 것이다. 납골평장묘로 전환하면 5평 크기 기존 분묘 1기에 40기 가량을 매장할 수 있어 묘지면적이 95% 이상 줄어든다. 군이 시범 지정한 차씨 문중 납골평장 500평에는 현재 120여기가 봉안돼 있다.

유교 문화가 강한 남해군에서 화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은 쉽지 않았다. 초창기 군 직원들은 상가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장묘문화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막말을 듣거나 멱살을 잡히기 일쑤였다. 선진장사팀 김재실 소장은 “처음에는 문중 어르신들을 설득하다 여러 차례 봉변을 당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군민들이 납골평장에 견학 온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김삼주(63·남해읍 평현리)씨는 “처음에는 화장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가졌지만 지금은 추모누리 사업에 군민 스스로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장사팀은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남해군의 독특한 부서다. 2008년 7월 사회복지과 내에 만들어진 이 팀은 팀장을 포함해 직원이 3명뿐인 작은 조직이지만 ‘후손에게 금수강산 물려주기’ 시책을 줄기차게 실시하고 있는 신장묘 문화의 개척자다.

남해=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