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일교회 은퇴한 최일도 목사 인터뷰

입력 2010-02-10 16:38


[미션라이프] ‘밥퍼’ 최일도(54) 목사가 지난 7일 고별 설교를 끝으로 20년 다일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했다. 정년을 11년 남기고 사임한 최 목사는 다일공동체의 사회봉사 활동과 영성수련 인도에만 전념한다. 다일교회는 최 목사를 원로목사 대신 설립목사로 부르기로 했다. 후임은 부산중앙교회 부목사를 거친 김유현(41) 목사가 맡았다.

9일 오후 서울 답십리동 밥퍼 현장에서 만난 최 목사는 주황색 앞치마를 두르고 사무실을 바삐 오가고 있었다. 최 목사는 “2대 목사를 존경하고 섬기고 따르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나를 밥퍼로 파송된 선교 목사로 여겨달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은퇴보다 교회의 결정이 더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며 자신에게 집중된 은퇴와 관련된 얘기를 애써 피했다.

그는 3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하고 후임예정자와 함께 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9월 그 목사가 후임목사로 결정되고 은퇴를 해야 했다. 그러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청빙위원들이 동사목사를 거절했던 것이다. 후임 목사는 전혀 새로운 인물이었다.

“후임 목사는 다일 영성 수련을 마친 목사 중에 영성수련 1,2,3 단계를 마치고 밥퍼에서 활동하고 제자훈련(DTS)을 마친 사람이었습니다. 청빙위원들은 목회자의 설교나 학력, 교단을 본 게 아니라 그의 섬김을 봤습니다. 현장을 아는 목사가 다일교회를 맡아야 한다고 본 거죠.”

이렇게 새로운 목회자를 청빙하면서 당회원들도 쇄신을 단행했다. “당회원들이 임기(다일교회 장로는 6년 단임제)가 남아있음에도 새로운 목회자를 위해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새로운 목회자에게 모든 권한을 넘겼던 것이지요.”

다일교회는 이번 주부터 새로운 담임목사와 당회원들이 제자훈련을 받기로 했다. 또 11명으로 구성된 교회 운영위원회가 향후 교회의 방향을 결정한다.

최 목사는 “당회가 새로운 목회자와 함께 다시 구성되든지 아니면 존속되든지 교회 성도들 모두가 21년 전 시작된 다일공동체의 정신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예배당 없는 교회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게 당회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일교회는 서울 청량리 588번지 창고 건물을 시작으로 서울 대광고등학교에서 예배를 드리다 지난 2007년 사회복지박물관 건립 비전을 위해 지금의 경기도 남양주시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최근 박물관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면서 원래 교회의 설립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는 은퇴와 함께 교회로부터 퇴직금 4억원과 전세 보증금 2억원을 받았으나 퇴직금 4억원을 다시 교회에 헌금했다. 교회는 이를 ‘최일도 장학기금’으로 조성했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애쓰는 학생을 위해 써달라는 최 목사의 뜻에 따라 사용하기로 했다. 전세 보증금 2억원도 자녀들이 결혼하면 1억을, 사후에 1억을 환원하기로 했다.

최 목사는 20년을 목회하면서 교회로부터 자녀양육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사례비 이외에는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기 때문인데 그의 은퇴를 안타깝게 여긴 성도들이 이날 예배가 끝나고 상품권 80만원을 주기도 했다. 최 목사는 이 역시 사무간사와 부목사 사모 등에게 모두 나눠주었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교회로부터 받은 것은 다시 교회로 100% 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교회는 내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