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해임안 공조 신경전

입력 2010-02-09 18:40


친박측 “野, 우리 동조 바라는 술수”

민주당 “친박에 손 내밀지 않을 것”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및 처리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내 친박근혜계가 9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친박계에 구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친박계는 야당이 정략적으로 자신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해임건의안 제출과 관련, “시기와 절차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의원총회 의견수렴을 통해 논의하고, 다른 야당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와의 공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친박이든, 친이명박계든 한나라당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금도를 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임건의안 제출 전에 친박계와 사전 논의하거나 제출 후 협조를 구하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친박계가 공조론에 강력 반발하는 데다, 야당이 여당 내부 상황에 목을 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 내에는 이번 ‘세종시 전쟁’에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야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자괴감이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해임건의안마저 친박계가 키를 쥐고 있는 듯한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야당이 총리 해임건의안으로 세종시 문제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띄워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구 의원은 “야당이 세종시 문제 출구 전략의 하나로 정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려 한다”며 “이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동조하는 요행을 바라는 치졸한 정치적 술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균열이라도 난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야당) 모습은 정치적 도의를 모르는 천박한 정치의 전형”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세종시 갈등을 촉발한 총리가 자진해서 사퇴한다면 모르지만 쫓겨가듯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 의원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친박 진영 일부에서 해임건의안에 찬성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자 이를 무마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친박계가 야당과 한배를 타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정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묻는 민주당 주승용 의원에게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