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세종시, 국민투표” 공개 제안 논란
입력 2010-02-09 18:40
세종시를 둘러싼 지리한 공방은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계속됐다. 경제분야였지만 실업·금융위기 등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고,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 6월 지방선거에서 세종시 문제에 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공개 제안해 논란이 일었다.
질문자로 나선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지난 2005년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이 통과될 당시 아수라장이 된 본회의장 영상 자료를 내보낸 뒤 “한나라당의 찬성표는 8표였다. 여야 합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정운찬 총리에게 “세종시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청와대에) 건의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신영수 의원도 “국민 의견을 물어서 세종시 문제를 종결짓는 것이 국론분열을 막는 길”이라며 동조했다. 이에 정 총리는 “검토한 바 없다. 아직까지 총리실에서는 국회에서 처리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김형오 국회의장은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고 국민투표를 하면 대선을 한 번 더 하는 분위기, 아니면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가 경선을 한 번 더 하는 분위기로 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대의민주주의 요체는 국가의 주요 현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라는 것이므로 세종시 문제는 어디까지나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이며, 국회에 오면 충분한 토론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 “국회 절차도 있는데 그것을 뭉개고 국민투표로 가자는 것은 적절치 않고 납득할 수 없다”며 “설사 국민투표로 간다 하더라도 당이 두 쪽이 나는 게 아니라 나라가 두 쪽 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소위 친이 세력들이 더 이상 국회에서 정상적인 절차나 방법에 의해 수정론을 관철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꼼수를 써서 국민투표를 운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정 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과천의 예를 들며 세종시 수정법안의 통과 필요성을 호소했다. 정 총리는 “과천시는 과거 세종로에 있는 행정부처가 비좁아서 건물들을 옮긴 것에 불과하며, 그 이상의 도시로 발전하기 힘들었다”며 “세종시 원안이 실현돼서 (일부) 부처가 옮겨가면 과천시와 비슷한 시(市)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기관보다는 기업이 인구분산이나 지역경제 효과가 높다”면서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기업을 강제로 가게 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세종시 발전안”이라고 강조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