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지자체장 음해 ‘찌라시’ 또 판친다
입력 2010-02-09 22:06
지방선거 앞두고 황당한 내용 사실처럼 떠돌아
한동안 뜸하던 일명 ‘찌라시(사설 정보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 돌아다니는 찌라시에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이나 정치인들을 음해하는 내용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도 취임 뒤 처음 참석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찌라시 척결을 강조했다. 실제 요즘 여의도 정가와 증권가에서 나도는 찌라시에는 연예인 스캔들 등 신변잡기성 내용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특정 정치인과 관련된 정보가 많이 취급되고 있다.
이달 초 유포된 찌라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당장 정 사무총장 본인 얘기도 언급돼 있다. 정 사무총장이 사무총장 자리를 억지로 떠맡았으며, 이는 그가 사무총장보다는 차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또 민주당 호남쪽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려는 모 의원의 과거 인품과 관련된 이야기와 현직 단체장과 민주당 고위당직자의 알력 관계도 소개돼 있다. 또 김태호 경남지사 불출마와 관련, 여권 주류가 정운찬 국무총리나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타로 김 지사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밖에 여당 중진의원 몇몇의 비리 연루설과 정 총리 조기 경질설, 한명숙 전 총리 출마와 검찰수사 관련 내용 등이 담겨있다. 사정 당국자들인 이귀남 법무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조현오 서울경찰청장 관련 내용도 언급돼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 내용은 양질에 속한다. 정 사무총장은 전화통화에서 “내가 보고받은 음성적 찌라시에는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려는 사람들과 관련된 황당한 얘기들이 수두룩했다”며 “누가 누구와 결탁 관계에 있고, 무슨 비리가 있고 하는 식으로 전국의 단체장이 다 언급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쇄본이 아닌 인터넷에 나도는 음해성 글이나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미확인 루머는 더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모 광역단체장의 경우, 불법 자금 6억원을 여권 핵심인사로부터 건네받아 썼고 이를 모 언론매체가 기사화하려고 하자 광고로 틀어막았다는 소문이 최근 정치권에서 광범위하게 퍼졌다. 그러나 해당 단체장 측은 “워낙 뜬금없어 해당 언론사한테 확인해보니 자기들은 더 황당하다고 하더라”며 “개연성이 희박한 내용인데도 음해 차원에서 지금도 계속 부풀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루머 가운데에는 단체장 출마 예상자나 현직 단체장들과 관련한 염문설도 많다.
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허위정보가 판을 치는 이유는 당사자를 흠집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 자치단체장 측근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 후보 됨됨이가 형편 없더라’, ‘처가 쪽에 참 못된 짓 했다더라’는 이른바 ‘카더라’식 흑색선전 때문에 유세 자체가 안 먹히는 경우가 많다”며 “해명하다가 시간 다 날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고(故) 최진실씨 사건이 보여주듯 찌라시가 당사자에게는 흉기가 될 수 있다”며 “당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찌라시 단속을 공식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기관들의 정보수집 활동이 왕성해졌고, 일선 기관원들의 정보보고 부담감도 커 미확인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선거나 정치인 관련 정보가 ‘고급 정보’로 취급돼 정치인과 단체장들이 주요 타깃이 된다는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