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친서, 상당한 무상원조 약속 가능성
입력 2010-02-09 22:04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면담해서 전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친서 내용의 핵심은 뭘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평양발 기사를 보면 구두친서는 북·중 관계를 중시하고 양국 간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는 관례적인 메시지로 시작된다. 이어 한반도의 핵 문제가 적절하게 처리되고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을 초청한다는 말도 들어 있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핵심 내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6자회담 복귀를 적극적으로 촉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를 위해 무상원조 등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을 가능성도 높다.
김 위원장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왕 부장과 함께 중국으로 급파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논의할 수 있게 한 것은 이에 대한 성의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 중국 초청에 대해서도 일정 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왕 부장이 평양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함흥에 간 점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중국 공산당의 고위급 인사를 승용차로 5시간이나 떨어진 곳으로 부른다는 게 외교적 관례에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왕 부장과의 면담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피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 측이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해올 것이 뻔해 ‘선(先) 유엔제재 해제’를 요구해온 북한으로선 면담 자체를 기피하고 싶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럴 경우 왕 부장이 면담을 기피하는 김 위원장을 함흥까지 고집스레 따라가 6자회담 복귀 등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북한이 6자회담을 재개하기에는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고, 현재로선 복귀를 꺼리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