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北·유엔 긴박한 특사외교… 접점찾기 빨라진다
입력 2010-02-09 18:36
중국과 북한, 유엔이 사실상 특사외교에 나서면서 북핵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중국의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9일 3박4일간의 방북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동행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북특사인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도 이날 북한을 공식 방문해 일정을 시작했다.
왕 부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도 가장 신임 받는 중국의 대북 특사로 볼 수 있다. 왕 부장은 2004년 1월, 2005년 2월, 2008년 1월, 2009년 1월 방북했을 때마다 김 위원장을 면담했고 후 주석의 친서 등을 전달했다. 지난해엔 김 위원장이 와병 직후 해외인사로는 처음 그를 면담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그는 김 위원장에게 후 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했다.
왕 부장의 방북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 간 당(黨) 대 당 교류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6자회담을 위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베이징의 한 대북소식통은 “왕 부장의 방북은 6자회담과 관련해 최근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 한편 북한의 회담 복귀를 촉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말 미국과의 양자회동 이후 평화체제와 제재 해제 등의 문제를 놓고 북·미 간 갈등을 빚으면서 6자회담은 여전히 교착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의 진짜 속내를 파악하고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관측이다.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 부상은 중국에 화답하듯 왕 부장과 같은 항공편으로 방중했다. 중국과 6자회담에 대한 실질적인 협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의 방북으로 6자회담 복귀 수순 등 큰 틀의 상황엔 공통의 인식을 갖게 된 만큼 중국 측 6자회담 실무 관계자들과 실질적인 협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 차석대표인 이근 외무성 북미국장이 김 부상과 함께 온 것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김 부상의 방중은 중국과 6자회담 복귀 문제 등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해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린 파스코 유엔 사무총장 대북특사가 9일 베이징에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갔다. 파스코 특사는 오는 12일까지 3박4일 방북기간에 박의춘 북한 외무상을 비롯한 북측 고위 인사들과 만나 북핵 문제와 대북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와 6자회담 복귀 등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측은 파스코 특사에게 지난해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단행된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를 적극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파스코 특사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핵 폐기 약속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유엔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주장이 다소 상이할 수 있지만 파스코 특사의 방북은 현재 진전이 없는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유엔 차원의 노력이란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유엔의 목소리가 미국의 목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북·미 간 간접대화 성격도 지녔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