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하반기 시작되나… 버냉키, 유동성 흡수방안 밝힐 듯
입력 2010-02-09 18:28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르면 10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올 하반기 유동성 흡수 방안과 관련한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냉키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연준의 긴급 유동성 프로그램 철회 및 경제회복 암시’라는 제목으로 증언할 예정이며, 이달 중 의회 청문회가 한 차례 더 잡혀 있다. 버냉키 의장이 내놓을 방안은 시중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 인상이라고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지급준비금은 시중은행들이 고객 예금의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것이다. 이는 연준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을 하반기부터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블룸버그와 WSJ는 연준의 출구전략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인상이 아니라 초과지급금 이자율 인상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기금금리 인상보다 충격이 덜하지만 유동성 흡수에 일정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세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강도가 보다 작은 조치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은행 대출이 줄어들 수 있고, 이럴 경우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돼 다시 경기위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점진적 긴축 효과가 있는 이 방안을 사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도 뚜렷이 회복되지 않은 경기 때문에 그만큼 조심스럽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연준의 채권 매각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연준 이사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 하반기 중 연준이 시장 반응을 살펴가며 보유 채권을 조금씩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그동안 주택금융시장 자금 공급을 위해 총 1조25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을 매입 해 왔고, 올해 3월 말로 완료할 예정이다. 다른 채권 매입도 6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마무리하기로 돼 있다. 따라서 채권 매입을 종료하는 동시에 보유채권 매각을 시작해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욕증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이날 103.84포인트(1.04%) 하락, 9908.39로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1만선 밑으로 마감한 것은 지난해 11월 4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주 말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데다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 계획을 밝힐 것이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