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법 개정안 국회서 ‘낮잠’

입력 2010-02-09 18:28


75건 제출됐으나 정치 현안에 밀려 61건 아직 계류중

2008년 18대 국회 출범 이후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유럽발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국가재정법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여야 모두 재정 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세종시나 4대강 사업 등 정치적 현안에 밀려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18대 국회 개원 이래 국회에 제출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모두 75건이다. 법안 수만큼이나 내용도 다양하지만 정부의 재정 수립 및 집행을 감시하기 위한 국회 통제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지난 5일 대표 발의한 법안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통합재정수지 전망과 대처계획, 목표 등을 포함하고, 전년도 계획의 평가·분석보고서, 국가채무관리계획, 국가보증채무관리보고서 등도 첨부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국회 결산심사 때 시정요구를 받은 사항을 가급적 예산에 반영하고 후속 처리 결과를 국회에 제출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전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의 성과보고서를 예산안에 포함해 제출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75건의 국가재정법 개정안 가운데 입법·수정·폐기 등 형태로 처리된 것은 14건이고, 나머지 61건은 여전히 재정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4월 이후에는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재정위는 최근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불거진 데다 한국의 국가채무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만큼 법 논의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획재정위 위원장은 “이제는 재정 건전성 문제를 본격 논의할 시기가 됐고, 방만한 재정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의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가급적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국가재정을 엄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업무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9일 “재정 건전성을 국회가 좀더 엄밀하게 보겠다는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의 업무처리를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실용적인 선에서 논의가 이뤄지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