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한국경제 ‘중견기업 성장’이 열쇠
입력 2010-02-09 18:30
정책 사각지대… 업체 수 줄어들어 정체국면
‘중견기업을 키워라.’
대기업 위주의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견기업을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선 중견기업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보니 대기업으로 커가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외환위기 후 중견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났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 곧바로 기업현장에 영향을 주는 것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을 이어주는 중견기업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9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종업원 300∼999명인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볼 경우 국내 중견기업 수는 120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사업체 297만6000개(2007년 기준)의 0.04% 수준에 불과하다.
외국과 비교해도 중간규모 기업군은 적다. 종업원 250명 이상 기업 비중은 독일 2.2%, 영국 1.5%, 일본 1.4%다.
‘중견기업,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선 중견기업 육성을 통해 기업의 성장경로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압축성장의 산물인 호리병형 산업구조 개선과 핵심 산업의 부품소재 관련 원천기술 확보 등을 주문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조영삼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된 결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고 핵심 부품 분야의 무역 역조 현상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조 연구위원은 혁신과 글로벌 지향성, 고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형 중견기업을 양성할 것과 중견기업이 자체역량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기업 외적인 성장 장벽을 해소해줄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김갑수 KAIST 교수는 “한국의 중견기업은 전체의 60%가 전자, 자동차, 화학 등 6개 주력업종의 부품소재장비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히든챔피언(세계 3위권 내 글로벌 중견·중소기업)에 비해 종업원 수와 매출액 등 양적 규모가 미약할 뿐 아니라 수출비중과 연구개발(R&D) 투자 등 질적 경쟁력도 취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1102개 중견기업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은 평균 13.3%로 히든챔피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글로벌 경쟁력의 취약성은 중견기업 숫자 감소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제조업 분야의 중견기업 수는 705개였지만 5년 후인 2007년 525개로 줄어들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준(제조업의 경우 종업원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을 완화하는 방안, 중소기업을 졸업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에도 중소기업에 준하는 세제혜택과 정책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안, 중견기업에 대해 R&D 지원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 방안 등을 올해 안에 제도화할 방침이다.
권지혜 박재찬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