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리콜 검증 ‘자동차성능연구소’를 가다… 렉서스·캠리 대상 ‘검사-회의’ 반복

입력 2010-02-09 21:33


9일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 도요타 자동차 제작결함 사태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곳이다. 겉으로 보기엔 적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내부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연구진들은 자동차 제작 결함을 점검하는 검사와 회의를 잇따라 연다.

용기중 연구기획실장은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연구소 역량의 대부분을 도요타 차량 제작 결함 여부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 한곳에 자리 잡은 미래차시험동. 도요타 렉서스와 캠리 검사가 진행 중이었다. 연구원들은 바닥매트를 꺼낸 후 매트뿐 아니라 자동차 구석구석을 확인했다. 특히 바닥매트가 가속 페달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점검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국내에 정식 수입된 도요타 차량과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가속페달이 다르지만 국내에서 판매된 차에도 결함이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밀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가속페달이 원위치로 돌아오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집중 체크하고 있다. 미국 판매 차량의 경우 페달을 밟은 후 원위치하는 시간이 늦어 리콜대상이 됐기 때문. 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추가적인 조사를 하기로 했으나 부품 조달 문제로 다소 시일이 걸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처럼 제작 결함이 보고된 상태가 아니어서 조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우선은 국내 차량 소유자들로부터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차량 소유주에게 점검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협조를 구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또 거의 매일 새로운 차량과 새로운 부품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의혹 자체의 신빙성을 가리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윤경환 기준연구실장은 “이처럼 대규모로 자동차 제작 결함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자동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며 “민감한 사안인데다 거의 매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해외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도요타와 같은 위기에 빠질 수 있느냐”고 묻자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도 사소한 부분까지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어야지요”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도요타 경우처럼 갑자기 불거진 제작 결함을 조사해 리콜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신차에 대한 ‘자기 인증 적합조사’를 통해 제작 결함을 조사한다. 우리나라, 미국, 캐나다처럼 자기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차량 제작사가 정부가 정한 안전기준을 충족했다고 인증하면 판매가 가능하다. 대신 정부는 신차 출시 이후 안전 기준에 충족하는지를 점검한다. 차량 출시 및 판매와 관련 제작사에 자율성을 부여하되 추후 조사에서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제작사에 무한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다.

자동차성능연구소도 매년 신차 자기 인증 적합 조사를 실시한다. 승용차의 경우 34개 안전기준을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차종 8대가 필요하다. 김진영 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차량 결함이 발생하면 아직까지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량 일반에 대한 결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동차 결함 신고센터 등을 통해 외부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성=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