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이 풀어낸 현대인 이야기… 2월26일까지 ‘내일을 향해 쏴라! 3’展

입력 2010-02-09 18:18


“거지 근성에, 거지같이 살고, 남의 도움을 받고, 감사할 줄 모르고, 세상을 원망하고, 국가 운명이, 소외된 계층….”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당선되기 전 4곳의 교회에서 했던 강연을 재편집해 만든 이수연 작가의 영상작품 ‘거지’의 내용 일부다. 네 번의 강연에서 ‘거지’라는 단어가 총 63번 나온다. 1분43초 동안 계속되는 이 영상물은 ‘거지’ 외에도 ‘남의 도움’ ‘세상 원망’ ‘국가 운명’ 등 똑같은 대사가 수없이 반복된다. 영상은 그 속에 숨은 마지막 반전을 준비했으니 기대하시라.

서울 충정로3가 대안공간 충정각에서 26일까지 열리는 ‘내일을 향해 쏴라! 3’ 전은 강유진 구슬기 김명진 김사울 김지혜 명우진 문성원 서예리 서희원 양연희 이미정 이수연 정순호 등 젊은 작가 13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국 32개 미술대학에서 서양화 한국화 입체 섬유 도자공예 미디어 등 장르별 유망 작가를 엄선했다.

강유진은 ‘남과 다르기’라는 작품을 통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차단과 소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방어기제를 표현하고, 구슬기는 뚱뚱한 다비드상 조각으로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을 조롱한다.

김명진의 ‘Time to say WOW'와 김사울의 ‘미묘한 축제에 초대받은 자들’, 김지혜의 ‘Under My Skin’, 서희원의 ‘Stuck in the middle’ 등은 젊은 층의 갖가지 욕구와 고민을 개성있는 미술작품으로 드러내고 있다.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할리우드 영화 장면을 패러디한 이수연의 ‘영웅자살’(5분26초)도 재미있다. 서희원은 공동체에 속해 있으나 그 안에 흡수되지 못하고 맴도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미정은 모두가 쉬쉬하는 성 이야기를 명랑하게 보여주고 있다.

충정각은 1910년에 지어진 독일식 붉은 벽돌 건축물로 대안 성격의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을 감상하고 그윽한 분위기의 고택에서 먹거리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문화공간이다(02-363-2093).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