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민자들 때문에… 속쓰린 伊 프라토
입력 2010-02-09 18:04
중국인 4만여명 저임·속도전 무기 패션 산업 잠식… 탈세·불법 체류자 고용 일삼아 伊당국 단속 골머리
이탈리아 북부의 소도시 프라토는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섬유도시다. 지난 20여년간 중국인 이민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면서 평화로운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도시 인구 18만명 중 3분의 1인 6만명이 이민자이고, 그 중 4만명이 중국인이다. 중국인 이민자들은 현재 3000개가 넘는 소규모 피복공장을 운영하면서 셔츠 바지 등 하루 1만개 이상의 의류 관련 아이템을 만들어낸다.
최근 이들 중국인 운영 공장에 대해 현지 경찰과 소방관 및 이민 업무 관계자들이 기습 단속을 벌였다.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이유다. 탈세는 물론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지키지 않는다. 창문도 없는 작은 작업장은 습기로 눅눅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일 보도했다. 중국인 업주가 고용한 중국인 저임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해 눌러앉은 케이스다.
로베르토 세니 프라토 시장은 “착취 수준인 저임과 노예 같은 노동조건은 용납이 안 된다”며 단속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중국 업주에 대한 단속의 이면엔 이들 이민자의 급성장사(史)가 깔려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1989년 섬유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38명이 처음 뿌리를 내린 이래 중국인들은 노동자로, 공장주로 빠르게 지역에서 기반을 넓혔다. 현지인들의 경우 섬유산업 퇴조로 2000년 이래 1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생산액은 2000년 40억 유로(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7억 유로로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인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중국인 업주는 속도전과 체인화에서 현지인 기업주를 압도했다. 중국에 있는 공장들은 밀라노 최신 패션을 베끼는 데 2개월이 걸리지만 이곳 중국인 업주들은 2주 정도면 충분하다. 중국인 업주들은 값싼 중국산 천을 수입해 자체 염색하고 무늬를 찍어내는 등 전 공정을 체인화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단추와 지퍼, 구슬도 모두 중국산이다. 속도와 가격에서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 상인들이 아웃렛 매장에 내다팔기 위해 떼를 지어 이곳 중국인 업주들에게 줄을 대고 있다.
프라토 주민들은 자신을 개방적인 이민정책의 희생자로 인식한다고 FT는 분석했다. 반이민정서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6월 시의회
선거에서는 이민에 반대하는 중도우익의 북부리그가 이겼다.
공장을 폐쇄당하고 재봉틀까지 뺏긴 중국인 업주들은 이제 이익 감소를 감수하고 합법기업으로 변신하거나 생산거점을 옮길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불법 체류자들. 중국 정부가 이들의 입국을 거부해 강제 추방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지 경찰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