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러와 첫 무기 거래 충격파… 나토·인접국 강력 반발

입력 2010-02-09 18:05

프랑스제 수륙 양용 군함이 러시아에 매각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에서 러시아에 군사 장비를 판매하기는 프랑스가 처음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8일 수개월간 논의 끝에 미스트랄급 수륙 양용 군함 1대를 러시아에 판매하기로 승인했다고 영국 일간 미러가 9일 보도했다.

매각되는 프랑스제 군함은 2만1300t급의 다목적 수륙 양용 함정으로 헬기 16대, 탱크 13대, 병력 450명을 수송할 수 있다. 판매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억 파운드(약 91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프랑스는 러시아로부터 3대를 추가 주문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의 대러시아 군함 판매는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 사이의 첫 무기 거래로 기록되면서 서방 동맹국과 러시아 인접 국가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은 당장 8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파리로 보내 우려와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프랑스의 군함 매각은 러시아가 흑해에서 그루지야를 위협할 수 있도록 부가적인 능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2008년 남오세티아 독립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던 그루지야는 즉각 “다른 나라를 점령했던 국가에 군함을 판매하는 건 좋은 발상이 아니다”고 프랑스 정부를 공격했다. 리투아니아도 프랑스에 “무기판매 정책을 명확히 하라”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무기 판매는 미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는 점에서 프랑스가 국제무대에서의 입지 축소도 개의치 않고 작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6명은 지난해 말 워싱턴 주재 프랑스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상원의원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2008년 그루지야 전쟁 당시 흑해함대를 그루지야에 상륙시키는 데 26시간이 걸렸으나, 이 군함을 도입할 경우 40분으로 크게 단축시킬 수 있게 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게이츠 장관과의 면담에서 “군함 판매가 주변국에 문제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파트너로 대해야 러시아도 우리를 파트너로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프랑스 관리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