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시간 성도들 주머니·교회 물건 ‘슬쩍’… 현대판 ‘장발장’ 주의보
입력 2010-02-09 18:16
교회만을 골라 절도 행각을 벌이는 범죄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교회는 피해가 있더라도 잘 신고하지 않고, 발각되더라도 비교적 선처를 해준다는 점을 노리는 범죄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교회는 절도 유형을 주보나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예시하면서 소지품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교회 내 절도는 성도들이 많은 예배시간에 많이 일어난다. 예배 때는 일반인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고 교회 사무실에 사람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범인들은 주로 헌금함을 털거나 눈을 감고 기도하는 성도들의 지갑을 노린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최근 교회에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로 이모(28)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교회에서 기도하는 척하다가 성도들의 가방이나 지갑을 훔치는 수법으로 지난 1년간 11차례에 걸쳐 200여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예배가 없는 시간에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지난달 서울 관악경찰서에 절도 혐의로 붙잡힌 임모(19) 전모(20)씨는 몇 달간 교회 4곳에 침입해 범행했다. 헌금은 물론 악기나 컴퓨터, 마이크, 카메라, 영상기기, 옷 등 돈이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들의 절도 대상이었다.
교회 가는 성도들의 집을 골라 절도하는 경우도 왕왕 일어난다. 최근 광주 북부경찰서에 붙잡힌 이모(22)씨는 성도들이 교회에 가는 시간을 지키고 있다가 빈집으로 들어가 도둑질을 했다. 결혼식이 열리는 교회를 골라 축의금을 가져가거나 분주한 틈을 타 신랑·신부의 친구라고 속이며 물건을 훔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범인은 대부분 경찰에서 “교회에 가면 현금이 많고 값비싼 물건들도 많을 것 같았다”고 자백하고 있다.
최근 절도 사건이 발생한 한 교회 목회자는 “도둑이 든다고 해서 항상 교회 문을 잠가놓을 수도 없고, 막상 당하고 나서는 신고하는 것이 성경적인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범죄 피해 신고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신고가 늦어질수록 피해는 확산되고 범인 검거가 늦어진다”며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