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중소 상장사, 지배권 위해 BW 편법발행 의혹
입력 2010-02-09 18:04
경제개혁연대, 삼양식품·그린손해보험 등 의심사례 제기
삼양식품, 그린손해보험, 극동유화 등 15개 중소 규모 상장회사가 지배주주의 기업지배권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편법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를 발행한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2007년 1월∼2009년 6월 유가증권시장에서 발행된 BW를 조사한 결과 BW를 사모(私募)로 발행한 뒤 BW 또는 신주인수권을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인수해 지배권 확대나 경영권 승계에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15개 회사, 2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삼양식품의 경우 2009년 6월 29일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150억원 규모의 BW를 나우아이비캐피탈 등 4개 금융기관에서 발행했다. 그러나 8월 14일 최대주주의 손자가 신주인수권표시증서 36만8150주(신주인수권 발행 물량의 50%)를 인수했다.
상법에서는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에게 소유 주식 수에 비례해 신주 배정권리를 우선적으로 주는 ‘주주 우선배정’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신주 혹은 BW·CB(전환사채)와 같은 잠재주식을 제3자에게 배정할 경우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고 주식가치를 희석시키는 손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득이한 이유로 제3자에게 주식을 배정하는 경우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즉 상법 516조와 418조는 주주 이외 제3자에게 BW 등 신주를 발행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상장회사는 제3자 배정 대상을 기관투자자, 전략적 투자자, 외국인투자자 등 자본 조달에 필요한 전문투자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삼양식품 오너 일가는 금융기관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을 우회적으로 인수해 편법으로 지분을 늘린 의혹이 짙다.
김홍길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제3자 배정에 대한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정관상 발행대상으로 문제가 없는 금융기관 등에 먼저 BW를 발행한 뒤 이들로부터 BW나 신주인수권표시증서만을 인수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양식품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신주인수권을 전량 행사할 경우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55.3%에서 57.7%로 증가하며 최대주주 손자의 지분은 0.5%에서 5.7%로 증가한다고 경제개혁연대는 밝혔다.
그린손해보험도 2008년 3월 등 3차례에 걸쳐 380억원 규모의 BW를 금융기관을 통해 발행한 뒤 특수관계인인 인핸스먼트컨설팅코리아가 인수하거나 아예 BW를 발행토록 했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BW의 편법 발행을 막기 위해서는 상장회사 정관에 제3자 배정의 요건을 보다 엄격히 규정하는 한편 금융감독 당국은 신고된 BW의 내용에 대한 심사와 우회 발행을 방조한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공시법을 비롯한 기업 공개 관련 법과 제도가 강화됨에 따라 법적 한도를 지켰다”고 말했다.
◇key Word :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일정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일정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회사채.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대개 고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과 주식인수권리(신주인수권표시증서)가 따로 매매될 수 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