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년의 집’ 관현악단 자선 음악회… 까까머리 소년들, 뉴욕 카네기홀에 선다
입력 2010-02-09 18:08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것만큼 행복한 후원도 없습니다.”
아동복지시설(고아원) ‘부산 소년의 집’ 까까머리 학생들이 지휘자 정명훈씨 부자의 도움으로 꿈의 무대인 미국 뉴욕 맨해튼 카네기홀에 선다. 마리아수녀회는 부산 암남동 부산 소년의 집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이 11일 오후 8시(현지시간) 카네기홀에서 ‘세상을 바꾸는 까까머리 소년들의 자선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은 아동복지 시설인 부산 소년의 집에 거주하는 중고교 학생들로 구성된 악단으로 1979년 창단돼 그동안 각종 음악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소년의 집 까까머리 학생들의 이번 카네기홀 데뷔는 이들을 후원해온 정명훈(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씨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2005년 소년의 집을 방문한 정씨는 이들의 연주 실력에 깜짝 놀라 당시 지휘 공부를 하던 셋째아들 정민씨에게 이 관현악단에 대한 지도와 지휘를 맡겼다.
그후 지난해 8월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자선음악회에서 이들의 연주 실력을 본 국제적인 공연기획자가 해외 무대에 설 수 있을 만큼의 훌륭한 기량을 갖췄다며 미국 공연을 제의했고 이에 정씨가 카네기홀 공연을 추진, 급물살을 탔다. 한달 후인 9월 카네기홀 공연이 확정되자 단원들은 하루 평균 8시간씩 개인 연습과 파트 연습, 전체 연습 등 피나는 훈련을 해왔다.
악장인 박광현(17·고2)군은 “하루 8시간씩 맹훈련을 하다 보니 힘도 들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해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는 생각에 열심히 연습했다”며 “감동적인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들을 도운 ‘키다리 아저씨’들도 많았다. 소년의 집 관계자는 “카네기홀 연주를 위해 주 1회 정도 서울시향 연주자들이 부산에 내려와 아이들의 레슨을 맡아주는 등 많은 분이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학생복 브랜드인 엘리트는 뉴욕 공연을 위해 연주복 83벌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정민씨가 지휘를 맡고 유럽에서 활동하는 소프라노 이명주씨와 테너 김재형씨도 협연한다. 공연단은 소년의 집 재학생 40명 외에 졸업생 60명도 참여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요 아리아와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 마단조 작품64를 들려줄 예정이다.
소년의 집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독도와 동해 알림이’ 서경덕(36) 성신여대 객원교수는 “무엇보다 이번 카네기홀 공연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