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公的부채 급증, 방심하면 안 된다

입력 2010-02-09 18:45

유럽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공공부문 부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정부·공기업의 부채는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무려 23.1% 증가한 610조8074억원이었다. 이는 명목 GDP의 59.1%나 된다.

여기에 국민주택기금 예금보험기금 공적상환기금 등 공적금융기관 부채를 더하면 전체 정부·공공부문 부채는 710조원 안팎, GDP 대비 70%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부가 경기 급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금을 많이 투입한 탓이다. 경기침체기에 재정투입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자칫 방심하다가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 짝이 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부·공공부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의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 평균은 약 75%이나 한국은 35.6%다. 이번 유럽 발(發) 재정위기의 진앙인 그리스 스페인 등의 지난해 통합 재정적자는 GDP 대비 10% 안팎이었지만 한국은 5.0%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적부채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1999년 18.6%에서 2009년 34%로 10년 새 배 가까이 늘어났다. 정부·공기업 부채비율은 2007년까지만 해도 40%대였으나 2008년 50%대로 솟구쳤고 지난해에는 60%대를 위협했다.

게다가 정부·공공부문 부채에 대한 정확한 기준조차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 부채는 중앙과 지방정부 부채를 합한 것이지만 공기업 부채 중에는 일부 4대강 사업 예산처럼 일반 정부지출 증가를 최소화하려는 정부가 떠넘긴 이른바 우회 지출도 적지 않다. 정부·공공부문 부채에 대한 정확한 유형별 구분 및 내용 파악과 함께 단계 별 부채 관리방식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 심화 등으로 복지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공공지출 확대는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출은 예산제약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원 확충과 불필요한 공공지출 최소화만이 해법이다. 안정적 재정 운용에 왕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