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기초의회 진작에 없앴어야

입력 2010-02-09 18:11

정치권이 모처럼 박수 받을 일을 했다. 주민자치에 기여하기는커녕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지방의회에 메스를 대기로 한 것이다. 국회 행정체제개편특위 소위원회는 8일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7개 특별·광역시 구(군)의회를 2014년부터 없애기로 잠정 합의했다. 구청장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주민 직선으로 뽑되, 현재의 기초의회 기능은 광역의회로 이관된다. 특별시와 광역시 자치구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이다.

중소도시나 지방과 달리 대도시에 기초의회가 존재할 불가피한 이유는 없다고 본다. 교통과 통신 수단의 발달로 지리적 경계가 무의미해졌고, 주민들의 생활권 또한 여러 자치구에 걸쳐있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러니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도가 떨어지고, 자연히 대도시 기초의회는 지역 유지들의 친목단체쯤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각종 사업과 이권 개입, 인사청탁, 뇌물수수 등 온갖 비리도 끊이질 않는다.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7월부터 3년간 비리행위로 사법처리된 기초의원은 155명에 이른다. 전체 2888명의 5.4%에 해당된다. 어디 이뿐인가. 때만 되면 제멋대로 의정비를 대폭 올려 주민들 화를 돋우고, 겸직과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라는 정부 권고는 무시하고 있다. ‘의정활동에 전념하려면 유급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수용돼 무보수 명예직에서 국가공무원에 준해 예우와 수당을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엔 앞장서는 이들에게 꼬박꼬박 월급을 줘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합의안이 법제화되면 서울 25개, 부산 16개, 대구 8개, 인천 10개, 광주 5개, 대전 5개, 울산 5개 구(군)의회 등 총 74개 기초의회가 없어진다. 전국 230개 기초의회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 없애는 혁명적 변화다. 이로 인해 절감되는 의원 인건비만 연간 족히 1000억원이 넘는다. 이 엄청난 세금을 무위도식하는 의원들에게 갖다 바치느니 길 닦고, 도서관 짓는 데 쓰는 게 훨씬 유익하다. 다 기초의원들의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