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지붕 두 首長’ 문화부가 풀어라
입력 2010-02-09 18:45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 지붕 두 수장’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8일에는 작금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난상토론만 하다가 끝났다. 회의장에서는 오광수 현 위원장과 법원으로부터 복직판결을 받은 김정헌 위원장이 대좌하는 희극이 연출됐다. 사법과 행정의 충돌이 빚어낸 희대의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다. 2008년 12월 김 위원장을 해임한 것도 문화부였고, 해임무효소송과 해임처분효력정지 소송에서 패소한 당사자도 문화부였다. 해법이 따로 없다. 묶은 자가 푸는 것이다. 그것이 인사권을 가진 기관의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문화부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재밌지 않겠어?”라며 오불관언하는 듯한 유인촌 장관의 발언이 그렇다. 월등한 소송수행능력을 가지고도 패소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닌 것이다.
책임을 떠밀어서도 안 된다. “위원회 전체회의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신재민 차관의 발언을 보면 문화예술위의 내분 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위원들 가운데 유진룡 위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장 예술가들이다. 사무처 역시 사실상 문화부의 지휘감독을 받고있는 입장을 감안하면 문화부가 나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김 위원장은 사법부의 판결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불편함을살펴야 하며, 조직의 안정도 중요하다. 물론 본인으로서는 해임이 가져다준 불명예의 충격이 컸을 것이다.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하겠다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법을 존중한다면서 성문화된 의사결정방식을 무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위원회는 합의제인데 독임제의 수장처럼 행동하는 것은 또 다른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화풀이가 목적이 아니라면 국가예술지원이라는 위원회의 고유 업무는 원만히 진행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한 때 조직을 이끌었던 어른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금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