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대한항공, 레안드로 영입 모험비행

입력 2010-02-09 17:49

팀 최다인 10연승으로 잘 나가던 대한항공이 최근 용병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프로배구를 양분해온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양강 체제를 허물기 위한 대한항공의 승부수다. 최근 거침없는 상승세를 탄 팀이기에 용병교체는 모험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한항공이 ‘불가리아 특급’ 밀류셰프(26) 대신 3년전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레안드로 아라우조 다 실바(27)를 영입한 것은 2% 부족했던 공격력 보강차원이다. 밀류셰프는 체력이 약해 삼성화재의 가빈(24)처럼 화끈한 화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최근에는 공격수로는 치명적인 어깨부상까지 겹쳤다. 신영수 강동진 김학민 등 젊은 토종선수의 투혼으로 버텨온 대한항공이 첫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해결사 역할을 해줄 용병이 필요했다. 2006∼2007시즌 득점왕(717점) 출신인 레안드로가 바로 적임자라는 결론을 냈을 법하다.

그러나 레안드로가 대한항공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특정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팀 컬러가 레안드로에게 맞느냐 하는 점이다. 레안드로가 삼성화재시절 최고의 공격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파괴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팀 컬러 때문이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 2일 토종선수만으로 삼성화재를 3대0으로 완파하는 등 자신만의 팀 컬러를 완성해가던 참이었다. 열쇠는 세터 한선수가 쥐고 있다. 레안드로는 한선수의 빠른 토스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대행은 “레안드로가 밀류셰프와 달리 2스텝에 스파이크를 때리는 선수라 빠른 공격을 선호하는 한선수와 호흡을 빨리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안드로가 범실이 많은 것과 수비약점도 불안요소다. 레안드로는 삼성화재시절 경기당 10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공격력은 화려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잦은 범실로 맥을 끊기 일쑤였다. 대한항공이 7개팀 중 KEPCO45에 이어 두 번째로 범실이 많은 팀임을 감안하면 범실을 줄여야 한다. 레안드로의 장단점이 이미 국내무대에서 다 읽힌 것도 약점이다. 3년전 정규리그 1위였던 삼성화재는 챔프결정전서 레안드로가 철저히 봉쇄당하며 현대캐피탈에게 우승을 내줬다.

한참 잘나가던 라이트 김학민이 레안드로에 자리를 내줘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점은 대한항공의 아픔이다. 그동안 신 김독대행은 김학민을 신영수 강동진이 지키는 레프트 공격수로 자주 기용하면서 좌우 공격이 가능한 만능선수로 키워왔다. 레안드로의 가세가 주마가편이 될지 독배가 될지는 13일부터 펼쳐지는 5라운드에서 판가름난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