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집채만한 팬케이크·스파게티 폭풍

입력 2010-02-09 17:47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음식이 쏟아져 내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기발한 상상을 바탕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원제: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은 한 과학자가 만든 발명품 때문에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지면서 생긴 ‘음식 재난’을 그렸다.

어린 시절부터 발명에 몰두하며 신통치 않은 물건만 만들어내던 플린트. 수많은 실패 끝에 그는 먹을 거라곤 정어리밖에 없는 고향 꿀꺽퐁당 섬을 위해 수분을 음식으로 전환시키는 기계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기계는 실험 도중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구름 속에서 작동을 시작한다. 대기 속 수증기를 빨아들인 기계는 섬에 햄버거 비를 내리고, 때마침 섬에 도착한 초보 기상캐스터 샘은 이 광경을 전국으로 방송한다. 욕심 많은 시장은 기계를 이용해 섬을 관광 상품화하고, 결국 과부하가 걸린 기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음식을 쏟아낸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은 부인 주디 바렛이 글을 쓰고 남편 론 바렛이 그림을 그린 동화다. 1978년 초판 발행 이후 30년이 넘는 지금까지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소니는 이 동화를 시각적 만족을 극대화하는 화면으로 구현하는 데는 확실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햄버거, 핫도그, 젤리 등 음식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면의 색감과 운동감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형형색색의 아이스크림 눈으로 뒤덮인 섬의 풍경이나 플린트와 샘이 데이트를 하는 오렌지 빛 젤리성의 촉감과 질감은 마치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도시를 위협하는 스파게티 폭풍과 학교를 덮치는 집채만한 팬케이크, 거대한 샌드위치가 날아와 에펠탑에 꽂히는 음식 허리케인 장면도 압권이다.

하지만 진부한 내용은 영화의 시각적 성취를 반감시킨다. 인간의 지나친 탐욕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이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던 엉뚱한 아들과 무뚝뚝한 아버지의 관계회복 레퍼토리를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보고 들어야 하는 걸까. 11일 개봉.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