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위가 예배당인 서울역교회의 11년 노숙인 사역

입력 2010-02-09 17:37


[미션라이프] 서울역교회(이상복 목사) 예배당은 육교 위다. 서울역에서 서부역으로 가는 육교위 990㎡(300평) 빈 공간이 전부 예배당이다. 하늘이 교회 지붕이고 종이 상자가 교회 의자인 셈이다. 강대상도 대형 오르간도 없고. 첨단 영상시설도 없지만 찬양과 예배는 은혜롭고 기도소리는 간절하다.

이상복(56) 목사는 이곳에서 11년째 노숙자들에게 영과 육의 양식을 전한다. 주일마다 300∼400명의 신자(노숙자)들이 모인다. 많을 때는 1000여 명이 모이기도 한다. 이 목사의 걱정은 ‘성도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들을 먹이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예배가 끝나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정성스럽게 마련을 김밥과 멀건 국물로 주린 배를 채운다. 이들에게 한 끼의 식사가 그냥 식사가 아니다. 보약이다.

어쩌다가 이 목사는 거리의 목회자가 됐을까? 원래 그는 사업가였다. 교회 집사로서 주어진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는 평신도였다. 그러던 중 빚보증을 잘못섰다가 쇠고랑을 차는 신세가 됐다. 너무나 암담했지만 기도의 끈은 놓지 않았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하나님의 종이 되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서원기도가 나왔다. 설마 했다고 했다. 그런데 수억 원이 넘는 빚보증이 감쪽같이 해결된 것이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이 목사는 집안에서 돈이 되는 것을 다 털어서 노숙자들 곁으로 갔다. 1999년 IMF 외환위기 직후다. 김밥 한 줄 값 1000원을 아끼려고 30리 길을 걸어 다니기도 했단다. 그렇게 벌써 11번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유난히 춥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준비한 ‘가나안 행복재단’의 목표가 하나 둘 성취되고 있어 여간 기쁘지 않다고 했다.

“무료급식만으로 안돼요.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있지만 자활시킬 수는 없어요. 노숙자들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 목사는 실패를 겪고 낙담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지렛대 역할을 해주는 사업을 펴고 있다. 인문 교양강좌를 열어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해주고 재활을 위한 직업 교육을 시키고 있다. 소정의 과정을 거친 이들에겐 단계적으로 200만원을 지원하며 개인의 특성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알선해 준다.

지난해 5월에는 충북 음성청소년수련회와 포항해병대사령부에서 위탁훈련도 시켰다. 인성교육과 함께 취업교육을 통해 60여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줬다. 불우 청소년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겐 비전스쿨과 비전입양, 지속적인 교육으로 자아실현을 돕고 있다.

8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 노숙자들의 재활 지원금 마련과 불우청소년 장학금 후원을 위한 ‘사랑과 나눔 행복 콘서트’를 열었다. ㈔가나안행복재단(이사장 이상복 목사)과 ㈔한국청소년정책개발원(총재 손충국)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음악회에는 인기 연예인들의 자원봉사로 진행됐다. 지원금과 장학금을 전하는 ‘사랑의 전달식’에 앞서 열린 음악회는 주애리, 김다영 등 인기 가수와 모던 피아니스트 문효진씨, 소프라노 김수연씨, 바리톤 성악가 임준식씨, CCM가수 김수연과 신수영씨, 그림산 선교무용팀 공연 등 다채롭고 수준 높은 음악을 선사했다.

잔뜩 흐리고 빗방울이 흩날리는 늦은 오후에도 불구하고 빈 자석이 없었다. 김충환, 정의화 국회의원과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동명 멕시칸 도넛 회장, 병정주 고려대 유택연구교수, 정채동 서울시 교육위원 등 500여명이 자리를 빛냈다.

이날 노숙자 3명과 소년소녀가장 2명, 선천성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2명에겐 각각 200만원씩의 지원금과 장학금이 전달됐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