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청주여자교도소 재소자합창단
입력 2010-02-08 19:36
여성 재소자들만 수용돼 있는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개봉 일주일 만에 130만여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하모니’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것이다. 어느 정도 픽션이 가미되긴 했지만 합창단뿐 아니라 생후 18개월이면 자신의 아기를 입양 보내야 하는 정혜, 가족마저도 등을 돌린 사형수 문옥 등의 캐릭터가 이 교도소에서 나온 것이다.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은 당초 재소자들의 교화를 위한 찬양단으로 만들어졌다. 찬양을 부르다 회개하고 신앙을 갖게 되면서 안정적인 수형생활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1997년 3월 재소자 합창단이 결성된 뒤 20∼50대로 이뤄진 단원들을 중심으로 회개의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금요일 오전에 열리는 종교집회 성가대 찬양은 당연히 이들의 몫이다. 그러는 중에 영화에서처럼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진 채 살아가는 재소자들 사이에 가슴 찡한 감동의 이야기들이 엮어졌다.
합창단의 공연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기독교인들이 많이 모이는 공연에는 ‘탕자의 눈물’ ‘주의 기도’ 등 찬양을 선보이고 일반 관객이 모일 때는 대중가요나 팝송을 들려준다.
교도소 종교담당 심홍섭 계장은 “재소자들이 1주일에 3시간 이상 파트별로 나뉘어 노래를 부르면서 교정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고 밝혔다. 재소자들로 하여금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주고 협동심과 성취감, 자신감을 얻게 하며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재소자들끼리 이기적인 마음으로 싸움을 벌이면서 수차례 해체 위기를 맞았던 것이다.
또 ‘형기나 제대로 살지 재소자가 무슨 음악이냐’는 비판적인 시선에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단원들의 노력으로 극복했다.
강도살인죄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27)씨는 2005년 합창단에 들면서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김씨는 교도소 내에서 운영하는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와 양장 등의 기능교육을 받으며 희망찬 내일을 꿈꾸기 시작했다. 또 다른 재소자 박모(36)씨도 합창단을 통해 희망을 찾았다. 2007년 합창단에 든 박씨는 고질병인 우울증을 털어내고 출소 뒤의 새 삶을 계획하고 있다.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 조성근(55·보은 백석교회) 목사는 “합창단이 재소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면서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날카로운 재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