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의 ‘미니 블로그’ 소통 경영
입력 2010-02-08 21:30
직원과 아이디어 등 공유… 스마트폰 보급 늘어 인기
“으악 지금 여기 라운지에 내가 광팬이었던 메메메메 멕 라라라 라이언이 들어왔네요. 근데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요. 후덜덜.”
박용만 ㈜두산 회장이 지난 4일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미니 블로그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마침 생일을 맞은 박 회장은 멕 라이언으로부터 받은 친필 생일축하 메시지도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회장님’ 하면 떠오르는 근엄한 이미지를 확 깨는 장면이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미니 블로그에 솔직 담백한 언어로 기록하는 박 회장의 파격 행보는 새로운 ‘소통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수많은 네티즌과 격의 없는 ‘친구’가 됨으로써 기업 활동과 상관없이도 호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1만5000명에 육박하는 박 회장의 트위터 친구들은 박 회장 셀카(셀프카메라) 사진을 보고 “이런 이야기 올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귀여우세요^^” “눈이 넘 왕따시만하네염! ㅋㅋㅋ”라는 식으로 친근감을 표시한다.
박 회장이 쓰는 트위터는 2006년 미국 벤처회사가 만든 것으로 휴대전화나 PC상에서 인터넷으로 실시간 의사소통하는 도구다. 140자 이내로 글을 올리면 ‘팔로어(follower)’로 등록된 사람들의 트위터 계정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 형태이면서 남들과 관계를 맺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다. 즉각적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운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형 트위터인 ‘미투데이’를 운영하는 NHN의 김상헌 대표는 지난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CEO 연찬회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경영’에 대해 강연했다.
김 대표는 “전통적인 기업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거부감이 크다 보니 쌍방향적 소통을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스마트폰 보급으로 실시간 아이디어 제안 및 공유가 가능해진 환경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직원 간 소통은 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며 (CEO 또는 직원이) 고객에게도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응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국내보다 활발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에릭 슈미트 구글 CEO도 트위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 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 CEO직에서 물러난 조너선 슈워츠는 트위터에 일본 고유의 단시(短詩) ‘하이쿠(俳句)’ 형태로 퇴임사를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금융위기가/많은 고객 발목을 잡아버렸네/CEO는 이제 그만(Financial crisis/Stalled too many customers/CEO no more)”라고 썼다.
현지 언론은 “고객·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던 CEO에게 어울리는 퇴임사”라고 평가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