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대외변수 뚫고 ‘하이킥’… 이유있는 열풍

입력 2010-02-08 18:57


지난달 29일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인포바인은 청약경쟁률 791.12대 1을 기록했다. 공모주 100주를 놓고 7만9112명이 사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청약금액의 50%를 내는 청약증거금은 1조1748억원에 이르렀다. 인포바인은 휴대전화 공인인증서 보관기술 등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달 22일 한국지역난방공사 공모주 청약에는 청약증거금으로 무려 2조4880억원이라는 돈이 몰렸다. 2007년 6월 삼성카드 공모주 청약(5조9567억원) 이후 최대치다. 지역난방공사 공모주의 청약경쟁률은 127.32대 1이었다.

올 들어 공모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시장이 유럽의 소버린 리스크(국가 부도위험),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 금융산업 규제안 등으로 출렁이는데도 아랑곳없다.

금융시장이 아직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상황에서 유독 공모주 시장이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전성 때문에 공모주 시장으로 돈이 모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이 공모주 시장의 기세를 한풀 꺾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랙홀’ 공모주 시장=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기업공개(공모 예상액) 규모는 11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조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올 들어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13개 기업의 평균 경쟁률은 300대 1을 웃돌았다. 투자자가 청약증거금으로 낸 돈은 이미 10조원을 넘어섰다.

오는 22일에는 국내 처음으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공모주 청약을 시작한다. 대우증권은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그린코리아SPAC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대한생명(예상 공모 규모 2조원), 삼성생명(4조원) 등 대형 우량기업 공모가 있을 예정이라 어느 때보다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도 공모주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난 3일 대형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도록 내부 운용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 과열? 시장 상황 개선 효과?=공모주 시장이 뜨거운 밑바탕에는 풍부한 시중 자금이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를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시중에 풀린 자금이 갈 곳을 찾다 공모주 시장을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또 투자자를 유혹하는 탄탄한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잇따르면서 공급이 받쳐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 오재열 투자전략팀장은 “공모주 시장 여건이 좋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기업공개가 활발하다. 특히 투자자가 매력을 느낄 만한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직접투자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이 이런 조건을 보고 흘러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청약경쟁률이 700대 1을 넘어서는 등 이상과열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현재 공모주 시장 상황이 좋기 때문에 쏠리는 것이지 거품이 형성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과열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공모주 시장도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시장 상황이 나쁘면 그 영향을 시차를 두고 받는다. 현재 부각된 대외 변수가 계속 위력을 발휘한다면 공모주 시장 기세도 한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