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방위적 평화공세 왜?… 이제는 김정일이 ‘대남 햇볕정책’

입력 2010-02-08 21:56

북한이 전방위적인 평화 공세를 벌이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지난 1월 공개 활동 횟수는 총 20회였는데, 이는 1998년 김 위원장 1기 체제 출범 이후 공개 활동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13회)보다도 54% 증가한 수치다.

특히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경제(10회)와 군사(8회) 분야에 집중됐다. 이것은 신년공동사설에서 인민생활 향상을 올해의 ‘주공(主攻) 전선’으로 내건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지표다.

뿐만 아니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6일 평양을 방문했고, 9일부터 12일까지는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 등 유엔 특사 일행이 방북해 박의춘 외무상 등을 만날 예정이다.

남북관계에 내미는 북한의 손짓도 매우 공세적이다.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는 올해만 해도 8일 금강산, 개성 관광 관련 실무회담을 포함해 벌써 세 차례의 남북 간 회동이 열렸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의지도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할 정도로 무르익은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자신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경제난도 극복하고 대외적으로 체제도 안정시켜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조급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더기 평화 공세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더불어 인민생활 개선을 위한 실리 확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체제 안정을 위해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달러 수입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5월 강행한 2차 핵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데 대한 내부의 자신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른바 ‘북한식 햇볕정책’을 쓰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평화 공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미국과 남측이 호응해 오지 않을 경우 하반기에는 추가 핵실험 등 강경 기류 쪽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은 체제 안보 측면에서는 강경 기조를 쓰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보복 성전’을 언급하더니 27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해안포 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이날도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 연합성명을 통해 대남 경고 성명을 내놓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철저히 ‘투트랙’ 기조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남측 당국에 대한 강한 경고와 함께 화폐개혁 이후 표출된 내부 불만에 대한 단속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내적으로도 지난해 말 화폐개혁 이후 내부 불만 조짐을 강하게 통제하면서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김 위원장의 통치 자금과 개인 비자금을 관리하는 김동운 노동당 39호실장이 해임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화폐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쌀 수급 문제 등 후속 조치에서 뭔가 오류가 생겼다면 박 부장이 해임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유연한 기조와는 무관하게 체제 안보를 위협하는 누수 요인은 확실히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