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경제지표 착시효과’ 주의보

입력 2010-02-08 21:45


“中 춘절 생산 공백… 美 실업률 통계 왜곡 가능성” 경계 목소리

유럽발 재정위기에 놀란 국제 금융시장에 ‘G2(미국·중국) 지표 착시효과’ 주의보가 내려졌다. 1∼2월 미국과 중국의 거시경제지표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으니 시장의 실망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춘절(春節·설날) 대이동과 예상을 밑돈 미국 실업률 하락세에 대한 경계심리가 깔려 있다.

◇‘G2 지표 착시효과’ 왜?=우려의 근본 원인은 기저효과다. 지난해 1월 말이던 중국의 춘절이 올해 2월 중순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달 산업생산·소비지표 등이 비교 시점인 지난해 2월에 비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춘절을 전후해 열흘에서 보름 이상 쉬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줄어 거시경제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장규 연구위원은 8일 “춘절을 전후해 열흘 이상 공장을 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2월 생산 규모 자체가 줄어든다”며 “여기에 춘절로 인한 소비심리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을 경우 3월 통계 집계 시 시장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시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 가능성 면에서 미국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올 들어 1월 실업률이 9.7%로 두 자릿수 행진에서 벗어났지만 내용에선 여전히 불안하다. 실업자 통계에서 빠지는 구직포기자 수가 전달보다 13만6000명 늘어난 것이 실업률 하락에 한몫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언론사인 ABC와 워싱턴포스트가 매주 집계해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해 말 -40 초반 수준에서 올 들어 -49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보다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올 들어 G2 거시지표의 착시효과는 그 자체로는 비관과 낙관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연초 G2의 긴축 모드와 함께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지며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을 깬 G2 거시지표가 나올 경우 실망감은 공포로 전환될 수 있어서다.

◇대외 변수에 노출된 우리 경제=이런 우려를 인식한 것인지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지난 5일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잠정치를 발표했다. 중국이 2월 초 잠정치를 집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에 일종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조치란 해석도 있다.

모건스탠리 왕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수지 감소를 통해 중국의 대외무역 불균형이 개선됐음을 알리고,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의 유출입에도 중국의 외환보유액 관리가 건실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춘절 효과를 감안해 1, 2월 지표 발표를 늦춰 묶어서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거시지표 흐름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는 글로벌 거시경제의 동조화 때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G2 양 대국의 긴축 모드와 겹쳐 상대적으로 회복이 빠른 신흥시장 소비까지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시장이 예측하지 못한 변수는 충격으로 오지만 예상하고 있는 것이 쇼크로 돌변하진 않는다”며 “다만 시장이 이를 과대 해석할 경우 단기 불안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중국의 높은 성장세가 꺾이는 신호가 아닌 만큼 가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